엘에이 다저스 류현진이 8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메이저리그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초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속구 최고 시속 92마일(148.1㎞). 하지만 투구수 70개를 넘은 뒤 속도가 줄었다.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이 치기 딱 좋은 먹잇감으로 변했다. 어깨 수술 뒤 첫 등판. 구속과 체력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관문이 남아 있다. ‘등판 뒤 어깨 상태’다.
엘에이(LA) 다저스의 류현진은 8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6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등판은 2014년 10월7일(한국시각) 세인트루이스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 이후 640일 만이다. 샌디에이고전 통산 평균 자책점 0.84(5경기 4승 무패)로 강했지만, 5경기 32⅓이닝 투구에서 내줬던 실점보다 이날 더 많은 점수를 허용했다. 얻어맞은 8안타 중 5개가 장타(홈런 1개, 2루타 3개, 3루타 1개)였다. 투구수는 89개(스트라이크 55개). 경기가 0-6으로 그대로 끝나면서 류현진은 패전투수의 멍에까지 썼다. 샌디에이고전 통산 첫 패.
왼 어깨 수술 뒤 첫 빅리그 등판이어서 구위와 구속 모두 아직은 완전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1회초 선두타자 멜빈 업턴에게 6구째 92마일 속구를 통타당한 뒤 경기에 집중하려는 모습이 보였으나 2회초 2사 1·2루에서 투수 드루 포머랜츠에게 밋밋한 커브(70마일)를 던지다가 중전 적시타를 맞은 것은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수비 또한 도와주지 않았다. 0-4로 뒤진 5회초 2사 1·2루에서 앨릭스 디커슨이 친 타구는 야시엘 푸이그가 잡을 수 있었으나 머리 위로 넘겨버렸다.
류현진은 2회부터는 83~85마일의 슬라이더를 던진 뒤 비슷한 구속의 체인지업을 던지거나 반대로 체인지업 이후 슬라이더를 던지면서 타자를 속이는 피칭을 이어갔다. 하지만 가끔 체인지업이 예전의 날카로운 꺾임 없이 가운데로 밀려들어갔다. 이닝이 거듭될수록 구속 또한 계속 떨어졌다. 5회에는 90마일(144.9㎞)을 넘는 속구가 한 개도 없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나 미국 현지에서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왔다. <엘에이 타임스>는 경기 뒤 “류현진이 21개월 만에 복귀했으나 승리를 거두지도, 낙관적인 모습을 보이지도 못했다. 선수 인생의 기로가 될 어깨 수술 이후 첫 등판에서 회의론만 짙게 만들었다”고 했다. 다만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의 구속·제구 전반적으로 좋았다”며 후한 평가를 내렸다. 류현진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옛날처럼 불편한 몸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던졌다는 데 만족한다”며 “타자들과 수싸움에서 졌다. 점수를 많이 줬는데도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팬들이 박수를 쳐줄 때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아쉬움 속에 첫 등판을 마친 류현진의 다음 선발 등판은 올스타 휴식기 이후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일(9일)의 어깨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활 등판에서 최고 시속 90마일의 공을 던지다가 이날 92마일의 빠른 공을 던졌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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