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가 창단 9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이진동 부장검사)는 14일 이장석(50) 히어로즈 대표이사의 사기·횡령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 구로구에 있는 히어로즈 구단 사무실과 이 대표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 장소를 포함해 4곳에 수사관들을 보내 이씨 개인 수첩과 회계 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재미교포 사업가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이 20억원대 사기 등 혐의로 이 대표를 고소한 사건을 수사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수십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의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히어로즈의 실질 구단주인 이장석 대표이사는 2008년 현대 유니콘스 인수 직후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홍 회장으로부터 20억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받았다. 자금 성격을 놓고 이 대표는 단순 대여금으로 주식 양도 계약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홍 회장은 “지분 40%를 받는 조건이었다”며 이 대표를 고소했다. ‘20억원 투자금’의 성격을 둘러싼 갈등은 곧 경영권 분쟁과 연관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출국금지까지 당한 상태로,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구단 사무실과 대표이사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히어로즈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히어로즈는 모그룹의 지원에 의존하는 다른 9개 구단과 달리 활발한 마케팅을 통해 운영비를 충당하는 자생, 자립의 네이밍 마케팅 팀이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계속 이어지면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히어로즈 관계자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유한준(케이티 위즈), 밴헤켄(일본 진출), 조상우·한현희(이상 수술) 등의 전력 누수에도 상위권 성적을 이어온 넥센 히어로즈는 이날 케이티를 10-5로 꺾고 전반기를 3위로 마쳤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