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오 프랑코 롯데 자이언츠 타격 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하는 모습.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훌리오 프랑코 롯데 자이언츠 타격코치. 메이저리그 공식 누리집에 표기된 그의 생년월일은 1958년 8월23일이다.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 케이비오(KBO)리그 등 모든 기록을 총망라한 ‘베이스볼레퍼런스닷컴’에도 그의 생년월일은 ‘1958년 8월23일’이라고 돼 있다. <이에스피엔>(ESPN) 등 전문 스포츠 매체 표기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한 프랑코 코치 스스로도 “나는 1958년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누리집이나 가이드북 자료집에는 그의 생년월일이 ‘1961년 8월23일’이라고 표기돼 있다. 왜일까.
메이저리그 공식 누리집에 소개된 훌리오 프랑코. 생년월일이 1958년 8월23일로 명시돼 있다. 엠엘비닷컴 갈무리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누리집에 소개된 훌리오 프랑코. 생년월일이 1961년 8월23일로 표기돼 있다. 야구위 누리집 갈무리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프랑코 코치가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던 2000년 당시 선수 등록을 할 때 나이를 속였기 때문이다. 다른 리그와 계약을 앞두고 야구 선수로 39살도 많은 나이인데 42살이라는 실제 나이를 밝힐 수는 없는 노릇. 2000년 당시에도 야구 관계자들은 ‘프랑코가 나이를 속인 것 같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실제 나이를 묻는 질문에 프랑코는 항상 “비밀”이라면서 함구하고는 했다. 당시 프랑코는 42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한 활약을 펼쳤다. 1경기를 빼고 전 경기에 출장(132경기)해 타율 0.327(477타수 156안타), 22홈런 110타점을 기록했다. 프랑코 코치가 세운 삼성 외국인선수 최다 타점 기록은 작년(야마이코 나바로)에야 비로소 깨졌다. 포지션 중복과 나이 때문에 주 포지션인 내야수가 아니라 외야수로 뛰게 되면서 실책이 가끔 있었으나 수비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프랑코의 실제 생년월일이 반영될 경우 최고령 타자 관련 케이비오 야구 기록도 바뀌어야만 한다. 현재 최고령 타자 출장, 타자 안타, 타자 홈런 기록(2007년·이상 42살8일)은 모두 펠릭스 호세(전 롯데 자이언츠)가 갖고 있다. 하지만 프랑코 코치는 42살50일이던 2000년 10월12일 대구 한화전에 출장했고 42살48일이던 2000년 10월10일 인천 에스케이전에서 마지막 안타, 2000년 10월1일(42살39일) 잠실 엘지전에서 마지막 홈런을 때려냈다.
포스트시즌 최고령 기록도 마찬가지다. 현재 가을야구 최고령 경기 출장은 2011년 10월12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 때 이종범(당시 KIA)이 기록한 41살1개월27일로 돼 있다. 하지만 프랑코는 만 42살이 훌쩍 넘은 상태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야구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국 선수들 중에도 실제 생년월일을 속이는 경우가 있다. 기록과 관련해서는 해당 연도 등록 나이 기준으로 할지 실제 나이 기준으로 할지 향후 논의를 거쳐야 할 것 같다 ”고 했다. 야구위는 현재 여권 확인 등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코 코치는 메이저리그에서 23시즌이나 현역으로 뛰면서 통산 2586개의 안타를 때려낸 레전드급 인물이다. 각종 기록이 고스란히 메이저리그 역사에 새겨져 있다. 메이저리그 최고령 홈런 기록(48살254일) 또한 그가 보유하고 있다. 물론 ‘1958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생년월일’과 ‘나이’가 있는데 한국만 예외로 둘 수는 없지 않을까.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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