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야구·MLB

곰 80승…재주보다 눈빛으로 일궜죠

등록 2016-09-08 13:24수정 2016-09-08 20:34

시즌 최다승인데도 “올핸 더 힘들어”
딱 이틀 빼고 시즌 초반부터 1위
“초반 강하게 밀어붙였는데 통했다”
15승 투수 4명이나…허리도 튼실

우승 앞두고도 ”야구는 하루살이”
선수가 감독 믿게 하는 리더쉽 발휘
“기죽지 않는 적극성 가장 선호”
두산 공격성 김 감독 성향서 비롯
21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에 바짝 다가선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
21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에 바짝 다가선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
“솔직히 올해가 더 힘들어요.”

엄살이 아닐까. 개막 이후부터 지금껏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딱 이틀(8월6일, 8월10일). 지금도 2위 엔씨(NC) 다이노스와는 상당한 경기 차가 있다. 그런데도 김태형(49) 두산 베어스 감독은 초보 감독으로 일을 냈던, 즉 팀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작년보다 “더 힘든 시즌”이라고 했다. “올해 (1위) 순위를 지키기 위한 야구를 하느라 더 어려웠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래서 승률에서 밀려 엔씨에 1위를 내줬을 때는 “오히려 덤덤했다”고 한다. “얼마든지 위를 보고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산은 7일 롯데전을 승리하면서 시즌 80승(44패1무)을 채웠다. 지난 시즌 79승을 넘어선 두산의 한 시즌 최다승으로 1995년 이후 21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에도 한걸음 더 다가섰다. 김 감독의 초반 승부수가 통한 결과다. “전력 평준화로 치열한 순위 싸움이 될 것 같다”는 시즌 전망에 경기 초반 승기를 잡으면 다소 무리한다 싶더라도 강하게 밀어붙였다. 시즌 초반 경기 후반 불펜 정재훈의 투입이 잦았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승부수가 거의 통해서 지금까지 잘 버틴 것”이라면서 “외국인투수들(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이 다 잘해줬고, 정재훈도 의외로 너무 잘 던져줬다”고 평가했다.

작년 두산 외국인투수들(대체선수 포함 3명)이 거둔 총 승수는 고작 13승. 하지만 올해는 니퍼트(19승3패)와 보우덴(14승7패)이 7일까지 33승(10패)을 합작해냈다. 유희관(15승4패), 장원준(14승5패)과 ‘판타스틱 4’ 선발진을 완성하면서 ‘시즌 15승 투수 4명’의 대기록을 바라보고 있다. 김 감독은 “선발진들이 로테이션을 한 차례 정도씩 밖에 거른 것 외에 마운드에서 버텨준 게 정말 크다”고 했다. 작년 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친정팀에 복귀한 정재훈 또한 오른 팔뚝을 다치기 전까지 46경기에 등판해 23홀드(1승5패2세이브)의 성적으로 두산의 강한 ‘허리’로 거듭났다.

김태형 두산 감독(오른쪽)이 올 시즌 반달곰 거포로 등극한 김재환에게 타격 조언을 하는 모습.
김태형 두산 감독(오른쪽)이 올 시즌 반달곰 거포로 등극한 김재환에게 타격 조언을 하는 모습.
김태형 감독이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은 ‘눈빛’과 ‘기질’이다. 그라운드 위에서 상대에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싸울 준비가 돼 있는지를 살펴본다. 선수 시절 포수였던 그의 ‘감’은 대체로 맞다. 김 감독은 “보통 ‘감독이 선수를 믿는다’고 하지만 1·2군 전부 합해서 70~80명이 있는데 어떻게 다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나는 선수가 감독을 믿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의 공격적인 야구는 이런 김 감독의 성향에서 비롯된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부터 주저하지 않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선수”,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를 보이는 선수”, “눈빛이 살아있는 선수”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박건우를 1번타자로 중용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감독은 “(박)건우는 타석에서 볼카운트에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른다. 가끔 팀배팅이 필요할 때도 초구부터 방망이가 나가서 혼자 속앓이를 하기도 하지만 감독 말 한 마디에 위축될까 절대 내색하지는 않는다”며 웃었다. 박건우는 현재 두산 타자들 중 가장 높은 타율(0.343)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공백을 잊게 하고 있다. 김재환, 오재일도 올 시즌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하면서 두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오른쪽)이 더그아웃에서 박건우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
김태형 두산 감독(오른쪽)이 더그아웃에서 박건우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주축 선수들(8명)이 대거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뽑히면서 후유증도 분명 있었다. 양의지, 김재호, 이현승, 장원준 등이 시즌 내내 크고 작은 통증에 시달렸다. 김태형 감독은 “우승 후유증은 있는 것 같다. 선수단 전체적으로 조금씩 아프다”고 했다. 그는 이어 “초반 승률 7할 이상을 거둘 때 시즌 중 분명 고비가 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7월에 온 고비가 너무 길었다. 그때는 선수들한테 ‘편하게 하라’고 주문했는데 나 조차도 표정이 굳어 있었다”면서 “고비를 넘기고 다시 연승을 하면서 선수들 사이에서도 ‘정규리그 우승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지금까지 쉼없이 달려왔다”고 했다. 김 감독은 “야구는 진짜 하루살이”라며 일희일비 했던 올 시즌을 돌아보기도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경기 전 연습 때 배팅 게이지 뒤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경기 전 연습 때 배팅 게이지 뒤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 시절이던 1995년, 두산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던 순간을 또렷이 기억한다. “팀의 시즌 마지막 경기(인천)에서 9회말 김경기(태평양 돌핀스)가 친 타구가 우중간 깊은 뜬공으로 아웃이 됐다. 막판까지 1위 다툼이 치열했는데 마지막 경기에서 그렇게 1위 결정이 됐다.” 과연 ‘반달곰 사령탑’으로 첫 정규리그 우승은 언제 결정될까. 김 감독은 “여유 있는 1위라고 절대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이다. 18일까지는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으로 가고 추가 편성 일정 때는 선발들을 요긴하게 쓰면서 총력전을 펼치겠다”며 고삐를 바짝 당겼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