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케이비오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엘지(LG) 트윈스의 양상문 감독(오른쪽)이 자리배치를 위해 기아(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을 잠시 붙잡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홈경기에서는 항상 행운이 따랐다.”(엘지 박용택)
“고척구장 가기 위해 반팔 티셔츠를 가져왔다.”(기아 이범호)
2016 케이비오(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하루 앞두고 엘지 트윈스와 기아 타이거즈의 미디어데이가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엘지는 양상문 감독과 타자 박용택, 투수 류제국이 참석했고, 기아에서는 김기태 감독과 타자 이범호, 투수 양현종이 참석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놓고 신경전을 펼쳤다. 두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은 것은 2002년 플레이오프 이후 14년 만이다.
엘지 박용택은 “광주에서 했으면 지겠지만 엘지는 올 시즌 홈경기 승률(0.571·40승30패 2무)이 좋다”고 포문을 연 뒤 “2002년 기아와 포스트시즌에서 경기를 펼쳤는데 그때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엘지는 플레이오프에서 기아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박용택은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팀 주장 류제국은 젊은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 팀 선수들은 스타성이 많아 긴장보다는 너무 오버할까봐 걱정”이라고 호기를 부렸다.
반면 기아 주장 이범호는 “엘지전이 끝나면 광주에 못 간다”며 “고척(3위 넥센 히어로즈 홈)에 복수하러 가야 하니까 엘지가 기회 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많은 사람들이 원정이라서 힘들 것이라고 하는데 잠실에서는 기아팬이 전광판을 넘어가는 팬들도 있다”며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자랑했다. 박용택은 “가끔 노랑 풍선이 절반 넘게 보이는데 내일은 반칙 없이 절반 딱 나눠서 사고 없이 깔끔하고 신나는 경기를 보여주자”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1차전의 승부를 가를 변수로 양상문 감독은 선취점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양 감독은 “선취점이 승부를 결정짓지는 않지만 두 팀 모두에서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선취점을 빨리 뽑아내는 게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태 감독은 “내일은 3점차 경기로 보는데 타격보다는 작은 실수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며 “수비와 주루를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팀은 10일 열리는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선발투수로 데이비드 허프(엘지)와 헥터 노에시(기아)를 예고했다. 7월에 합류한 허프는 엘지의 후반기 상승세를 이끌었다. 특히 기아전에서 강해 양현종과의 맞대결에서 잇따라 승리했다. 기아전 성적은 2경기 등판,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26. 헥터는 양현종과 함께 기아 마운드 원투펀치를 이룬다. 엘지전 성적은 4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4.15. 김기태 감독은 양현종을 2차전 선발로 내정하고 있다. 김 감독은 “지면 끝나기 때문에 나가는 투수, 안 나가는 투수 구분 없이 내일 한 게임에 모두 나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며 총력전을 예고했고 양상문 감독 또한 “2차전 선발로 내정된 류제국을 제외하고는 남은 엔트리 모두 1차전에서 불펜 대기한다”고 밝혔다.
양 팀 선발투수를 놓고 선수들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박용택은 “평소 약했던 양현종(상대 6타수 1안타)보다 헥터(상대 8타수 5안타)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김기태 감독에게 감사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범호는 “누가 선발투수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제일 먼저 안타를 치고, 홈런을 치는 등 경기를 주도하는 선수가 빨리 나오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응수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2경기)은 정규리그 4위 엘지가 1승의 어드밴티지가 있어 무승부만 거둬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반면, 기아는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넥센 히어로즈와 만날 수 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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