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LG)의 유강남이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2016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회말 2점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 케이비오(KBO) 준플레이오프(3선승제) 3차전이 열린 16일 잠실야구장은 경기 시작 1시간30분 전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가을비는 경기 내내 흩뿌렸으나 1승1패 동률의 상황에서 1승을 향한 엘지(LG), 넥센 선수들의 승부욕은 빗속에 침잠하지 않았다. 그리고 온몸을 적신 승부 끝에 양손을 하늘 위로 치켜올린 팀은 엘지였다.
엘지는 선발 데이비드 허프의 호투와 선발 전원 안타(포스트시즌 14번째)를 기록한 타선에 힘입어 넥센에 4-1로 승리했다. 3선승제로 치러진 역대 준플레이오프(9차례)에서 1승1패 때 3차전 승리 팀은 100%(3번 중 3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4차전은 17일 저녁 6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스캇 맥그레거(넥센)와 류제국(LG)의 선발 맞대결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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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야구’에서 갈린 승부 ‘위기 뒤 기회’라고 했다. 2-1로 앞선 7회초 무사 2루 동점 위기를 벗어난 엘지는 7회말 선두타자 김용의가 좌전안타로 출루하면서 추가 득점 기회를 얻었다. 이천웅이 정석대로 희생번트를 댔고 이때 넥센 포수 박동원의 1루 송구 실책이 나왔다. 1사 2루가 됐을 상황은 순식간에 무사 2·3루로 바뀌었다. 결국 1사 만루에서 오지환의 밀어내기 볼넷 등으로 엘지는 2점을 추가하면서 점수를 4-1로 벌렸다. 넥센은 0-2로 뒤진 5회초 1사 2루 때도 김지수가 1점을 따라가는 우중간 적시타를 때리고 2루까지 내달리다가 2루에서 아웃되면서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1회초 2사 1루에서 고종욱의 도루 실패도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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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남의 ‘한 방’ 양상문 엘지 감독은 3차전 선발 포수로 유강남을 택했다. “정규시즌에서 허프가 등판할 때 주로 유강남이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에서였다. 넥센 선발 신재영에 대한 맞상대 성적도 고려됐다. 유강남은 시즌 중 신재영에게 2타수 1안타, 정상호는 5타수 무안타의 성적을 냈다. 데이터는 틀리지 않았다. 유강남은 0-0으로 팽팽하던 4회말 2사 2루에서 신재영의 초구 시속 138㎞ 속구를 받아쳐 선제 투런포를 작렬시키며 분위기를 엘지 쪽으로 끌고 왔다. 유강남의 생애 첫 가을야구 ‘손맛’이었다. 포수 수비에서도 선발 허프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이날의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유강남은 “사실 부담도 컸고 심리적으로 힘들었다”며 “상대를 연구하느라 새벽 3시에 잠이 들었다. 지더라도 후회 없이 하자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엘지(LG) 선발투수 데이비드 허프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7회초 2사 3루 때 넥센 김지수를 삼진 처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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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수호신’ 된 허프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7이닝 4피안타 7탈삼진 4실점(2자책)으로 제 몫을 다했던 허프는 이날도 7이닝을 5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탈삼진은 3개. 25타자를 상대하면서 14차례나 초구 볼을 던졌으나 속구 구속과 체인지업, 그리고 수싸움으로 타자들을 이겨냈다. 볼넷은 1개, 속구 최고 시속은 151㎞였다. 투구수는 98개. 허프는 “배터리를 함께 이룬 유강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야수들의 좋은 수비도 힘이 됐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에 생애 처음 등판한 넥센 선발 신재영은 슬라이더 제구 등이 좋았으나 4회말 유강남에게 내준 결승 2점 홈런이 아쉬웠다. 4⅔이닝 7피안타 2사사구 2실점. 투구수는 61개.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준플레이오프 3차전>
넥센(1승2패) 1-4 LG(2승1패)
<승>허프 <세>임정우 <패>신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