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한 팬이 지난 16일(한국시각)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엘에이(LA)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이 열리기 직전 월드시리즈 진출을 염원하면서 ‘더블유’(W) 글자를 들고 서 있다. 시카고/AP 연합뉴스
‘컵스 시즌 티켓 소유자. 월드시리즈 포함 포스트시즌 경기 방문팀 더그아웃 바로 뒤 두 자리 있음. 괜찮은 핀볼 기계와 맞바꿀 용의 있음.’
잭 누젠트라는 한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팬이 온라인 직거래 사이트인 ‘크레이그리스트’에 올린 글이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입장권은 각 구단 연간 회원에게 우선적으로 배분되며, 입장권을 2차 마켓에서 파는 것은 합법적이다. 이 때문에 팬들 간의 직접적인 티켓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누젠트의 ‘티켓 판매글’에 누군가가 “리플리의 ‘믿거나 말거나’ 핀볼 기계(이베이 가격 기준 3000달러)를 주겠다”고 답했고, 누젠트가 23일(한국시각)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리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 입장권을 주기로 하면서 거래는 성사됐다. 20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컵스가 엘에이(LA) 다저스를 10-2로 꺾으면서 두 팀이 2승2패로 동률을 이뤄 6차전이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누젠트는 <시카고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컵스가 월드시리즈에 오른다면 평생의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월드시리즈에 오른 컵스를 응원하는 추억보다는 우리집 지하실에 놓을 먼지 낀(오래된) 핀볼 기계를 갖고 싶다”고 했다.
<시카고 트리뷴>에 의하면 리글리 필드 포스트시즌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물품들이 동원되고 있다. 래리 랭이라는 시카고 주민은 크레이그리스트에 “최신형 애플 스포츠 시계 등과 리글리 필드 입장권을 교환하기를 원한다”는 글을 올려 현금 200달러를 얹어 17일 열린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 티켓 2장과 교환에 성공했다. 그는 블루투스 스피커와 300달러에 6차전 티켓을 원한다고 다시 글을 올린 상태다. 모두가 물물교환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돈 저레키라는 팬은 “시카고 베어스(미식축구) 입장권 4장과 리글리 필드 티켓 교환을 원한다”고 올렸으나 응답하는 이가 없었다. 12월 열리는 ‘해밀턴 쇼’ 티켓 두 장과의 교환도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컵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경우 리글리 필드 입장권 가격이 최소 2000달러 이상(입석)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컵스는 1945년 이후 월드시리즈 무대에 오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월드시리즈에 우승한 것도 1908년이 마지막이다. 현재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와후 추장의 저주’를 깨려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4승1패로 꺾고 1997년 이후 19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상태다. 클리블랜드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은 1948년이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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