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다이노스 원종현이 22일 오후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엘지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 구원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마산/연합뉴스
‘155K’
엔씨(NC) 다이노스가 지난해 플레이오프 때 마산야구장에 새겼던 문구다. 엔씨 선수들도 모자에 똑같은 문구를 써넣었다. 대장암 투병중이던 팀 동료 원종현을 위한 응원의 문구였다. 원종현은 2014년 엘지와 준플레이오프 때 시속 155㎞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 엔씨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이끌었으나 2015년 스프링캠프 때 대장암이 발견됐다. 수술 뒤 힘든 투병 생활을 이어오다가 지난 5월 592일 만에 1군리그에 복귀했다.
그리고 2016년 10월22일, 원종현은 2년 만에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올라 또다시 시속 155㎞ 강속구를 뽐냈다. 그는 2016 케이비오(KBO)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팀이 2-0으로 앞선 8회초 1사 후 등판해 대타 서상우를 상대하면서 전광판에 155㎞를 찍었다. 1⅓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암을 이겨낸 그가 2년 만의 가을야구에서 기록한 성적이다. 선발 재크 스튜어트에 이은 원종현, 이민호의 호투에 엔씨는 2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두산이 기다리는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1승밖에 남지 않았다.
원종현은 경기 뒤 “타선에서 1점만 내주면 막아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는데 (박)석민이형이 (7회) 홈런을 때려줬다”면서 “전광판에 155㎞가 찍힌 것을 봤는데 솔직히 예상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시즌 때 힘이 좀 부쳤고 구속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했는데 차분하게 하다보니 구속이 나왔다. 볼끝이 시즌 초반만큼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9회초 2사 1·2루에서 이민호로 교체된 데 대해서는 “승리하고 마지막에 세리머니를 하려고 했는데 못했다. 그래도 뒤에 민호가 있어서 믿고 자신 있게 던진 것 같다”고 했다. 전날 열린 1차전에서 시구를 한 ‘암 극복 소년’ 위주빈 군을 만난 데 대해서는 “힘든 것을 이겨내다 보면 프로에서 만날 수도 있다고, 건강이 우선이라고 얘기해줬다”고 밝혔다.
한편 김경문 엔씨 감독은 “우리 불펜 중에서는 원종현과 이민호가 가장 좋다”며 원종현을 포스트시즌 동안 중용할 뜻을 밝혔다.
마산/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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