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김재환(오른쪽)이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케이비오(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8회말 2사 후 엔씨 다이노스 에릭 해커를 상대로 홈런을 터뜨린 뒤 3루 주루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의 팽팽한 기싸움. 오히려 분위기는 8회초 2사 후 따라붙은 엔씨(NC) 다이노스가 더 좋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엔씨 선발 에릭 해커의 폭투가 나왔다. 이 폭투가 두산 베어스에 한국시리즈 2승을 안기는 결승점이 됐다.
두산은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케이비오(KBO)리그 한국시리즈(4선승제) 2차전에서 해커의 폭투와 4번 타자 김재환의 쐐기 솔로포에 힘입어 5-1 승리를 거뒀다. 4회말 1사 만루에서 선취점을 올리는 적시타 등 4타수 3안타를 때려낸 양의지(두산)가 경기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1~2차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88%(17회 중 15회). 그러나 두산은 2007년과 2013년 1, 2차전을 이기고도 한국시리즈를 내줬던 아픈 기억이 있는 유일한 팀이다. 3차전은 11월1일 저녁 6시30분 장소를 마산야구장으로 옮겨 치러진다. 마이클 보우덴(두산)과 최금강(NC)의 선발 맞대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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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의 홈런 신고식 김재환은 2012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단 한 차례 타석에 섰다. 1타수 무안타. 이후에는 작년까지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었다. 두산에서 가장 많은 홈런(37개)을 때려내며 반달곰 4번 타자로 자리잡은 2016 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29일) 첫 타석에서 가을야구 개인 첫 안타를 신고한 김재환은 이날 두번째 타석에서 우전안타를 치면서 타격감을 이어갔다. 그리고 2-1로 앞선 8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기어이 해커를 상대로 우월홈런을 때려냈다. 두 팀 통틀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처음 나온 홈런이었다. 한국시리즈에 앞서 “빨리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던 그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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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더 vs 커터 두산 선발 장원준은 케이비오(KBO)리그 왼손투수들 중 가장 빠른 슬라이더(시속 135.3㎞·100구 이상·스포츠투아이 기록 참고)를 구사한다. 이날도 장원준은 속구와 함께 슬라이더로 엔씨 타선을 공략했다. 4회 박민우, 5회 박석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공이 슬라이더였다. 장원준은 데뷔 첫 가을야구 완투승에 1타자만 남겨두고 왼손 가운데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교체됐다. 8⅔이닝 10피안타 5탈삼진 1실점. 투구수는 116개였다. 장원준의 커터에 맞선 해커의 공은 투심과 커터였다. 해커는 4회말 1점을 내줬을 뿐 7회까지 흔들림 없는 투구를 이어갔다. 하지만 1-1 동점이 된 8회말 2사 3루에서 폭투(투심)로 두번째 점수를 내준 뒤 크게 흔들렸다. 결국 볼카운트 2(볼)-0(스트라이크)에서 김재환에게 던진 시속 142㎞의 커터가 가운데 높게 형성되면서 통한의 우월홈런을 내주고 말았다. 7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3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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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아웃 4차례 엔씨 타선 엔씨는 1차전에서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구위에 눌려 3안타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같은 타순을 유지한 2차전에서는 그나마 방망이가 살아났다. 하지만 병살타가 발목을 잡았다. 6회 1사 1루, 7회 1사 1루, 8회 무사 1루에서 병살타가 나왔다. 1회 더블플레이까지 합하면 이날만 더블 아웃이 4차례 연출된 것. 엔씨는 8회초 2사 후 모창민, 권희동을 연속 대타로 내세워 1·3루 득점 기회를 만들었고 이종욱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기는 했으나 경기를 역전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엔씨(10개)는 이날 두산(9개)보다 안타를 1개 더 쳤으나 고작 1점에 그쳤다. 1~2차전 합해 20이닝 동안 1득점의 빈공이다.
김양희 기자, 권승록 기자
whizzer4@hani.co.kr
<한국시리즈 2차전> NC(2패) 1-5 두산(2승)
<승>장원준 <패>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