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엔씨(NC) 다이노스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기념식을 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압도적인 우승. 두산 베어스가 그랬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두산의 왕조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점이다.
두산은 정규리그 144경기 동안 이틀(8월6일, 8월10일)만 제외하고 계속 1위 자리에 있었다. 2위 엔씨(NC) 다이노스와는 무려 9경기 차이가 났다. 두산이 기록한 93승(50패1무)은 역대 최다승 기록이다. 선발 ‘판타스틱 4’(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장원준-유희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모두 선발 15승 이상을 거두면서 케이비오(KBO)리그 최고의 선발진을 완성했다. 15승 이상 투수 4명 보유는 케이비오리그 사상 최초. ‘판타스틱 4’의 위력은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졌다. 이들 넷은 29⅓이닝 동안 1실점을 합작해내며 엔씨 타선을 꽁꽁 묶었다. 시즌 22승3패, 평균자책점 2.95로 다승·평균자책점·승률 1위에 오른 니퍼트는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에 올라 있다.
투수력뿐만이 아니다. 두산은 올 시즌 팀 도루를 제외하고 타율, 홈런, 득점 등 팀 공격력 전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특히 펜스 거리가 먼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면서도 당당히 팀 홈런 1위(183개)를 기록했다. 홈런 3위 김재환(37개)을 비롯해 오재일(27개), 닉 에반스(24개), 양의지(22개), 박건우(20개) 등 5명이 올해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냈다. 2000년대 전후반을 주름잡던 ‘우동수 트리오’(우즈-김동주-심정수)의 파괴력만큼은 아니지만 상·하위 타선에 ‘한 방’을 갖춘 선수들이 고루 분포되면서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팀으로 우뚝 섰다. 공격형 야구를 추구하는 김태형 감독의 스타일이 선수단에 녹아든 결과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몇 차례 호수비가 연출됐듯이 두산의 수비 조직력도 탄탄하다. 두산의 올 시즌 실책은 경기당 평균 0.55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다. 수비 집중도를 보여주는 병살(160개), 수비율(0.986)도 1위를 기록했다.
두산의 최대 강점은 주축 야수들이 젊다는 것이다. 성적 하락 없이 물 흐르듯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화수분 야구’에 정점을 찍고 있다.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김현수가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이적했는데도 그의 공백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다. 한국시리즈에 선발 출전했던 두산 주전 야수들의 평균 나이(외국인 선수 에반스 제외)는 28.8살. 올 시즌 케이비오리그 등록선수(전체 616명 기준·신인 선수 포함) 평균 나이(27.4살)보다 1살 정도밖에 많지 않다. 가장 나이 많은 선수가 오재원으로 31살이다. 경험치를 보면 두산의 최대 무기인 셈이다.
물론 니퍼트, 보우덴, 에반스 등 외국인 선수와의 재계약 성공 여부와 자유계약(FA) 선수가 되는 김재호의 팀 잔류 가능성 등의 변수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이 2019년까지 지휘권을 보장받았고 이용찬, 홍상삼, 이원석 등이 시즌 막판 군에서 제대해 팀에 합류했다. 무엇보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이기는 유전자’가 선수들에게 장착됐다. 에스케이 와이번스(2007·2008·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 삼성 라이온즈(2011~2014년 우승)에 이어 한동안 두산의 왕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21년 만의 통합우승 등의 두산 신화는 이제 막 발걸음을 뗐을 뿐이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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