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잠실야구장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시는 2025년까지 잠실야구장을 이전, 신축하는 계획을 잡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5일 어린이날에 만원 관중이 찾았을 때 잠실야구장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는 잠실야구장 향후 건립 형태 관련 전문가·시민 토론회가 열렸다. 2025년까지 잠실야구장 일대에서 진행되는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에 따라 기존의 야구장이 신축·이전되는데 개방형으로 할지, 아니면 돔야구장으로 할지 등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첫 토론회였기 때문인지 중구난방식의 의견 개진만 있었고 정작 활발한 토론은 없었다. 하지만 나름의 화두는 던졌다. 불통으로 지어지는 ‘제2의 고척돔’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서울시가 발표한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 계획에 의하면 기존 잠실야구장 철거와 이전은 3단계(2020~2025)로 이뤄진다. 1단계(2019~2021) 때는 잠실학생체육관이 철거·이전되고 수영장이 없어지며, 2단계(2019~2023)에서는 잠실체육관·보조경기장이 철거된다. 체육관 2개, 수영장이 하나로 통합돼 실내스포츠콤플렉스로 바뀌기 때문에 체육시설은 축소되는 셈이다. 야구장 또한 소음과 야간조명 등 주거환경 피해에 따른 주택가, 학교 민원에 적극 대응하고 한강 조망권 확보 등을 이유로 한강변 쪽으로 이전한다고 하지만,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접근이 쉬운 현재의 야구장 자리를 전시·컨벤션 시설에 내주게 된다.
서울시가 지난 4월25일 밝힌 잠실야구장 일대 마스터플랜. 서울시 자료
서울시 쪽은 100% 민간투자사업으로 야구장 신축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민간투자는 투자자 유치를 해봐야 알 수 있으나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두산 베어스, 엘지 트윈스를 배제할 수는 없다. 다른 투자자가 야구장을 지을 경우 야구단은 상당한 액수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은 물론이고 구장 내 광고권 및 식음료 판매권 등의 행사가 어려울 수 있다. 임대료 문제에 부닥치면 연고지 이전 등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 일본과 달리 국내 야구단은 모그룹 지원에 상당 부분 의존해 적자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 엘지 모그룹 계열의 건설사가 투자하는 게 가장 현실적일 수도 있으나 이 또한 다른 특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100% 민자투자로 짓는다고 해도 땅은 서울시가 제공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야구장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없다.
서울시의 야구장 이전, 신축 계획. 서울시 자료
라이온즈파크(대구), 챔피언스필드(광주)처럼 건설비 일부만 야구단에서 책임지고 지자체가 상당 부분 대는 방안도 제시된다. 이날 새 잠실야구장은 돔구장으로 지어야 한다고 주제발표를 한 김도균 경희대 교수는 “서울시의 랜드마크로 개발하기 위해 민간투자자본을 유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 보조금까지 유도해야 한다. 서울시도 더 투자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돔구장 재원 마련을 위해 시티필드(뉴욕 메츠-시티은행), 미닛메이드파크(휴스턴 애스트로스-코카콜라)처럼 ‘네이밍 판매’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는 한국적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네이밍 광고를 할 만한 대기업들이 대부분 야구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고척돔 완공 때도 네이밍 판매를 고려했다가 이런 이유 등으로 접었다.
100% 민간자본이든, 지자체 세금이든 결국 문제는 건설 비용이다. 야구장 건설 비용은 건립 형태에 따라 차이가 많다. 야구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개폐형 돔구장이다. 운영비가 개방형보다 두 배 이상 소요되는 돔구장과 우천시 야구를 할 수 없는 개방형 구장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추위·강설, 고온·다습, 폭염 등 기후 때문에 6개 구단이 돔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데 5개가 개폐형이다.
하지만 개폐형 돔구장은 건설비가 비싸다. 스터브허브센터(미국 프로축구 엘에이 갤럭시 홈구장),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 등 미국에서 40년 넘게 스포츠 경기장을 설계해온 전문회사인 로세티의 정성훈 이사는 “일반적으로 개방형 구장보다 돔구장을 짓는 데 1500억원이 더 들어가고, 개폐형 돔구장은 돔구장보다 500억원가량 더 들어간다”고 했다. 서울시 또한 개방형 야구장 건립비로 2500억원(3만5000석 기준)을 예상하고 있으며 돔구장 건설비는 4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개폐형으로 할 경우는 450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고척돔처럼 건설 단계에 들어가면 비용은 더 증가할 수 있다. 돔구장의 수명은 보통 40년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구장 건설을 가장 객관적인 위치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정성훈 이사는 이날 “야구장 건설에 얼마가 들고,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사전 계획부터 철저히 세워야 한다”며 “여러 데이터를 모아서 건설 비용에 대한 문제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구장 건립 형태가 선결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 구단 한 고위 관계자 또한 “투자 주체가 외부 민간투자자가 될지, 혹은 서울 구단들이 투자자가 돼 나눠 분담할지 확실히 비용 문제를 따진 다음에 건립 형태를 의논해야 할 사안으로 본다”고 했다.
서울시는 야구의 역사가 깃든 동대문야구장을 없애고 대체구장으로 고척돔을 지으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건설비도 500억원(하프돔)에서 2500억원으로 늘었다. 확실한 로드맵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시민들을 상대로 개방형 구장이냐 돔구장이냐를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12월 중 예정)를 준비하기 전에 전문가들의 얘기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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