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번뿐일 수 있는 자유계약 자격을 얻었으나 불러주는 구단이 없어 원소속팀 엔씨와 상의 끝에 은퇴 뒤 코치로 변신하는 용덕한. 엔씨 다이노스 제공
최형우(33)는 100억원(4년 기준·플러스 옵션 제외)을 받았다. 하지만 용덕한(35)은 은퇴 후 코치 계약을 했다. 둘은 똑같이 프로 데뷔 뒤 처음 ‘자유계약’(FA) 권리를 행사했으나 시장의 평가는 달랐다. 원소속팀과의 우선협상 기간이 사라진 올해 펼쳐진 자유계약 시장의 한 단면이다.
2016시즌 뒤 자유계약 권리를 확보한 프로야구 선수는 총 18명이었다. 이들 중 이호준(NC), 김승회(SK·현재 방출), 이우민(롯데)을 제외하고 15명이 자유계약 신청을 했다. 15명 중 김광현(SK·4년 85억원), 김재호(두산·4년 50억원), 나지완(KIA·4년 40억원)은 원소속팀에 잔류했고 최형우(삼성→KIA·4년 100억원), 이원석(두산→삼성·4년 27억원), 우규민(LG→삼성·4년 65억원)은 이적을 택했다. 용덕한은 보상 문턱에 걸려 은퇴를 택해야만 했다.
자유계약 자격을 획득해 4년 100억원의 계약으로 삼성에서 기아로 이적한 최형우. 기아 타이거즈 제공
현재까지 6명 선수에게 367억원이 풀린 2016 케이비오(KBO)리그 에프에이 시장에는 8명의 선수가 남았다. “기아에 남겠다”는 의지를 밝힌 양현종과 타 팀 이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차우찬, 그리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먼저 타진중인 황재균의 경우 칼자루를 선수가 쥐고 있는 형국이다. 양현종은 팀 내 위치상 ‘최형우급’(실질 계약액 기준)의 대우가 불가피하며, 차우찬은 원소속팀 삼성의 역대 최고 대우(100억원 이상) 제시에도 꿈쩍 하지 않았다. 황재균은 원소속팀 롯데는 물론이고 전력 보강이 시급한 케이티(kt)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차우찬이나 황재균은 복수의 구단이 영입 경쟁을 벌이면서 몸값이 적정선 이상으로 뛰고 있다.
행복한 고민을 하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고참급 선수들에게는 한겨울 찬 바람만 불고 있다. 이현승(33), 봉중근(36), 정성훈(36), 이진영(36), 조영훈(34) 등이 그들이다. 이들을 영입할 때 내줘야 하는 보상선수 문제로 다른 구단들의 움직임이 소극적인 가운데 협상 주도권은 원소속팀이 갖고 있는 상황이다. 여차하면 자유계약의 취지가 무색하게 협상다운 협상 없이 원소속팀이 제시한 계약기간과 금액에 도장을 찍어야 할 판이다. 이들 대부분은 계약 기간에 이견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갈수록 심해지는 에프에이 양극화로 야구위와 선수협회는 선수 등급에 따른 보상제도 차별화와 계약금 상한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정금조 야구위 육성운영부장은 “에프에이 혜택을 못 받는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사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중이고 긍정적인 기류가 있다”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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