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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간절함, 프로선수를 만들다

등록 2016-12-29 18:11수정 2016-12-29 21:23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야구
2군 연습벌레였던 넥센 박정음
출전기회 주자 실력으로 보답
염경엽 전 감독 “절실함 봤다”
그의 이름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다. 형의 이름이 ‘훈민’. 그렇다. 그의 이름은 정음, 박정음(넥센 히어로즈)이다. 박정음은 “부모님이 성별 구분 없이 ‘정음’으로 짓기로 하셔서 이름에는 선택권이 없었다”며 웃었다.

박정음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2012년 넥센에 입단했다. 운동이 좋아서 선생님의 권유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했던 야구. 하지만 1군 출전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우선 상무에 입단해 군 문제부터 해결했다. 군 제대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1군 데뷔를 기다렸지만 덜컥 손바닥 골절 부상을 당했다. 그래도 차분히 때를 기다렸다. “나도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고 거듭 마음을 다잡으면서 코칭스태프가 말릴 정도로 훈련하고 또 훈련했다. 이런 그를 보면서 2군 코치는 “늦게 성공한 케이스도 있으니까 너한테도 기회가 분명히 올 것”이라고 그를 다독였다. 열정에 진이 다 빠질 정도로 그는 연습했다. 경기 때는 몸을 사리지 않고 악착같이 한 누를 더 뛰었다.

그리고 지난 4월1일, 그는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개막전(롯데전)에 8회말 대주자로 출전했다. 27살의 1군 데뷔였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떨렸다”는 그는, 긴장을 했던 탓인지 2루 도루를 하다가 횡사하고 말았다. 1주일 뒤, 그에게는 선발 출전의 기회가 주어졌고 빠른 발을 앞세워 주전 자리를 꿰찼다. “팀의 틈새를 메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던 꿈이 이뤄진 것이다.

시즌 내내 “주목받는 게 그저 신기”했던 늦깎이 신인은 안타깝게도 정규리그 종료 한달 전에 시즌을 접었다. 9월2일 에스케이전 도중 베이스를 돌다가 새끼발가락 골절상을 당했다. 이 부상으로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대도 밟지 못했다. 넥센 선수들은 그의 등번호 ‘9번’을 모자에 새기고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기도 했다.

데뷔 시즌 최종 성적은 98경기 출전, 타율 0.309(223타수 69안타) 4홈런 26타점 16도루 45득점. “힘들고 경기가 안 풀릴 때마다 맨 처음을 생각했다”는 그는 올 시즌에 “50점”의 점수를 줬다. “야구 잘하는 선수가 되기까지” 아직은 절반의 길밖에 오지 않았다고 믿는다. 최근 끝난 연봉 협상에서는 66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5년 동안 최저연봉(2700만원)을 받다가 6년차에 연봉이 144.4% 올랐다. 절망적일 때 야구 중계를 보면서 한길만 생각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 방망이를 한번 더 휘두른 데 따른 보상이었다.

염경엽 전 감독은 시즌 중 박정음의 최고 무기에 대해 “간절함”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절실하게 야구하는 게 보여서 박정음에게 기회를 줬다”고 했다. 천금의 기회에 박정음은 음지에서 그동안의 노력으로 쌓은 실력으로 답했다. 묵묵히 준비했던 선수와 이에 응답했던 지도자, 이것이 ‘프로 선수’를 만들었다고 하겠다.

치열했던 2016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2016년 그라운드에는 박정음 같은 늦깎이 신인의 땀도 있었고, 이승엽(삼성) 같은 은퇴를 1년 앞두고 흘린 베테랑의 땀도 있었다. 2017년은 ‘절실함’, ‘간절함’이 쏟아부은 노력만큼 응답받을 수 있는 시즌이었으면 좋겠다. 스포츠만큼은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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