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1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오랜 시간이고 힘든 시기였지만 해냈고 뜻깊은 날이다.”
류현진(30·LA 다저스)은 1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티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5⅓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안타와 볼넷을 각각 3개씩 내줬지만 삼진을 9개나 잡았다. 올시즌 4번의 패배 이후 첫 승리였으며, 2014년 9월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승리 이후 973일(2년8개월) 만의 승리였다. 다저스는 5-3으로 승리해 필라델피아와의 3연전을 쓸어담고 4연승을 달렸다.
류현진은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다. 계속해서 우리 팀이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목표에 대해서도 “목표치는 없고 5일에 한번씩만 던지고 싶다. 앞으로도 좋은 경기를 준비해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상 전과 비교한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 “구속은 조금씩 더 올려야 하겠지만 제구나 몸상태 등 그외 부분은 거의 다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최고구속이 시속 148㎞에 머물렀으나 경기운영 능력은 갈수록 진화했다. 시즌 첫 3경기에서 홈런 6개를 허용했지만, 이후 2경기 연속 홈런을 내주지 않으면서 평균자책점을 4.05로 떨어뜨렸다. 류현진은 이날 커브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자신있게 던진 게 커브볼이었는데 오늘도 다른 공보다 커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했다. 류현진은 전체 던진 93개의 공 가운데 체인지업이 37.6%(35개)를 차지했고 직구는 32개였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의 공배합이 정말 좋았다. 그는 점점 좋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1회 선취점을 내주며 위기에 몰렸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첫 타자 세자르 에르난데스의 3루타와 프레디 갈비스의 중전안타로 1점을 내준 데 이어 볼넷으로 무사 1·2루의 위기가 계속됐지만 삼진 2개 등으로 후속타를 막아 추가점을 내주지 않았다. 1회말 다저스 타선이 3연속 안타로 동점을 만들자 류현진도 2회초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치며 안정을 찾았고 3회와 4회 역시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5회 선두타자 캐머런 러프에게 2루타를 맞아 실점 위기에 처했으나 포수 견제로 러프를 잡아 한 고비를 넘긴 뒤 후속타자를 범타로 처리했다. 6회에도 2-1로 앞선 가운데 선두타자 갈비스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후속타자를 삼진으로 잡아 1사 1루황에서 마운드를 세르지오 로모에게 넘겼다. 그동안 지원사격이 부족했던 다저스는 이날 투타에서 류현진의 첫승을 확실히 지원했다. 6회초 마운드를 이어받은 로모가 두 타자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6회말 공격 때는 1번타자 앤드류 톨레스가 2사 이후 3점홈런을 터뜨려 5-1로 점수차를 벌렸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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