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케이티 고영표, 기아 임기영, 넥센 한현희.
국내 프로야구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잠수함 투수’가 올 시즌 다시 전성시대를 맞았다. 잠수함 투수란 오른손 투수 기준으로 언더핸드(5시 방향) 또는 사이드암(3시나 4시 방향) 투수로 오버핸드(1시 방향) 또는 스리쿼터(2시 방향) 투수와 대별된다. 오버핸드 같은 정통파와 달리 기교파로 불린다.
9일 현재 케이비오(KBO)리그에서 한 차례 이상 선발 등판한 ‘잠수함 투수’는 9명이고, 이 가운데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는 임기영(24·KIA), 고영표(27·kt), 신재영(28), 한현희(24·이상 넥센), 박종훈(27·SK) 등 5명에 이른다. 규정 이닝을 채운 국내 투수 15명 중 3분의 1이 잠수함 투수다.
성적도 좋다. 올 시즌 완봉승을 거둔 3명 중 2명이 잠수함 투수다. 임기영은 지난달 18일 케이티를 상대로 생애 첫 완봉승을 거두는 등 4승(1패), 평균자책점 1.99(4위)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고영표도 지난달 29일 엘지(LG) 타선을 완봉으로 꽁꽁 묶은 데 이어 7일 한화전에서도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근 15이닝 연속 무실점의 무시무시한 상승세다.
넥센의 토종 원투 펀치인 한현희(1승1패, 2.17)와 신재영(3승2패, 2.75)도 평균자책 부문 6위와 11위에 오를 만큼 구위가 좋다. 에스케이 박종훈도 2패 뒤 최근 3연승으로 팀 내 선발투수 가운데 최다승을 거두고 있다.
잠수함 투수는 1990년대까지 흔했다. 1999년 시즌 10선발 이상-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잠수함 선발투수가 6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숫자는 2000년대 들어 한 시즌 1~2명으로 대폭 줄었다. 리그에서 좌타자가 늘면서 왼손 타자에게 약한 점이 드러났고, 투구 동작이 커 도루 허용도 잦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잠수함 투수들은 이런 약점을 많이 극복했다. 싱커와 체인지업을 장착해 오른손 타자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있다. 한현희의 왼손 타자 피안타율이 0.213에 불과하고, 임기영도 좌-우타자 피안타율이 1푼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우타자에겐 더더욱 공포의 대상이다. 한현희와 고영표의 오른손 타자 피안타율은 각각 0.179, 0.181에 이른다. 주자도 잘 묶어두고 있다. 한현희와 고영표가 마운드에 있을 때 상대의 도루 시도 확률은 각각 2.3%와 4.4%에 불과하다. 임기영도 상대 주자의 도루 시도 4번 중 3번을 잡아냈다.
송재우 <엠비시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잠수함 투수들의 구종이 다양해진데다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진 효과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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