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한화)이 1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5회초 좌전안타를 쳐내 70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균(35·한화 이글스)이 일본의 ‘타격 천재’ 스즈키 이치로(44·마이애미 말린스)를 넘었다.
김태균은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케이비오(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70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하며 이 부문 새 이정표를 세웠다. 이치로가 지난 1994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뛰며 세운 69경기 연속 출장 기록을 23년 만에 갈아치웠다. 메이저리그의 기록은 ‘마지막 4할타자’로 불리는 테드 윌리엄스가 보스턴 시절인 1949년 세운 84경기 연속 출루가 최고기록이다. 또 대만 프로야구에서는 린즈성이 2015년 6월20일 출루 행진을 시작해 2016년 6월16일까지 109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해 이 부문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김태균은 이날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넥센의 선발 최원태(20)의 초구를 받아쳐 좌전안타를 만들었다. 최원태의 퍼펙트 행진을 깨는 일격이었다. 한화는 그러나 1-2로 패했다. 넥센은 선발진 막내인 최원태의 8이닝 4안타 1실점(비자책점)의 빛나는 호투를 앞세워 3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김태균은 지난해 8월7일 엔씨(NC) 다이노스와의 대전경기부터 연속경기 출루 행진을 벌여왔고, 4월22일 케이티와의 수원경기에서 64경기 연속 출루를 달성하며 펠릭스 호세가 보유한 케이비오 기록(63경기)을 경신했다. 23일 케이티전에서도 첫 타석에서 내야안타로 연속경기 출장을 이어갔으나 1루로 달려나가는 과정에서 허벅지에 부상을 당했다. 13경기를 결장하며 고비를 맞은 김태균은 지난 11일 롯데와의 복귀전에서 힘겹게 볼넷을 골라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가 최대 위기였다. 3타석 연속 무안타에 그쳤던 김태균은 0-1로 뒤진 8회말 네번째로 타석에 들어서 풀카운트까지 끌고 간 끝에 볼넷을 얻어 66경기째 출루 행진을 이어갔다. 김태균은 당시 “집중력이 떨어져 공이 잘 보이지 않았으나 마지막에 어렵게 볼넷을 골랐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이 기간 동안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도 11차례 있었지만, 볼넷과 몸에 맞는 공으로 1루를 밟았다.
김태균은 15일 현재 개인통산 출루율 0.432로 고 장효조 전 삼성 2군 감독(0.427)을 넘어 통산 출루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에도 비록 규정타석에는 미달이지만 0.500을 기록해 이 부문 1위인 이대호(0.467·롯데)를 앞서고 있다. 통상 두 타석에 들어서면 한 차례꼴로 1루에 진출했다. 출루는 본격적인 공격의 시작으로 높은 출루율은 그만큼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는 뜻이다. 안타와 볼넷, 몸에 맞는 공 등이 포함되며, 진로방해 등으로 1루에 진출한 경우는 제외된다.
김태균은 하체를 최대한 고정한 채 허리 회전을 활용해 공을 타격해 좀처럼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다. 또 타고난 배트 컨트롤과 선구안으로 투수들을 제압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시즌 초반 타율이 뚝 떨어지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4번타자가 홈런 수가 적은데다 타율마저 떨어지자 팬들의 원성이 높아졌고, 김태균은 타격폼을 바꿔 홈런을 노리는 큰 스윙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다. 김태균은 자신만의 타격 교정으로 타율을 끌어올렸고 타율 0.365, 홈런 23개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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