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야구·MLB

신장 아닌 심장으로 뛰는 ‘작은 거인들’

등록 2017-06-20 10:02수정 2017-06-20 10:14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163㎝ 김성윤
국내 프로야구 타율 1위 165㎝ 김선빈
메이저리그 최고 2루수 167㎝ 호세 알투베
프로야구 기아(KIA) 타이거즈 김선빈(오른쪽)이 지난 5월24일 한화 이글스와의 대전 경기에서 시즌 첫 홈런을 날린 뒤 점프를 하며 서동욱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프로야구 기아(KIA) 타이거즈 김선빈(오른쪽)이 지난 5월24일 한화 이글스와의 대전 경기에서 시즌 첫 홈런을 날린 뒤 점프를 하며 서동욱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김성윤(18·삼성 라이온즈)은 자신도 믿기지 않는 듯 멍하니 타구를 바라봤다.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긴 뒤 구름 위를 걷는 듯 베이스를 돌았다. 그는 “홈베이스 밟고서야 비로소 실감났다”고 했다.

1999년 2월 태어난 김성윤은 키 163㎝로 한국야구위원회(KBO) 등록 선수 가운데 최단신이다. 몸무게도 62㎏에 불과하다. 작은 체구 탓에 고교 시절 231타석에서 홈런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 그가 18일 에스케이(SK)와의 대구 경기에서 프로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배트를 짧게 잡고 정확히 맞히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선 그는 상대 외국인 좌완 투수 스캇 다이아몬드의 시속 142㎞ 몸쪽 높은 공에 동물적으로 반응했다. 그는 “구단 매니저에게 ‘첫 안타는 홈런으로 치겠다’고 장난처럼 말했는데 농담이 현실이 됐다”며 기념으로 받은 홈런공을 만지작거렸다. 김성윤은 체구는 작지만 왼손잡이인데다 발 빠르고 어깨 좋은 외야수다. 얼마 전엔 다이빙 슈퍼캐치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82㎝의 작은 키로 미국프로농구(NBA) 득점왕을 네 차례나 차지했던 앨런 아이버슨(42·은퇴)은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야구는 농구만큼 키가 기량을 좌우하진 않는다. 그래도 신체조건을 무시할 수 없는 종목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과 미국 프로야구에서 최단신 선수가 리그를 평정하고 있다.

19일 현재 국내 프로야구 타격 1위는 키 165㎝의 김선빈(28·KIA 타이거즈)이다. 그는 올해 김성윤이 나타나기 전까지 부동의 최단신 선수였다. 전남 화순고를 졸업하던 2008년 6라운드 전체 43순위로 계약금 3000만원을 받고 고향팀 기아에 지명됐지만 입단 첫해부터 유격수 주전 자리를 꿰찼다. 수비 부담이 큰 포지션인데도 통산 타율이 0.294에 이를 정도로 꾸준하다. 하지만 올해 연봉은 80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저평가’됐다. 그런 그가 상무 제대 뒤 복귀한 올 시즌 김태균(35·한화 이글스), 이대호(35·롯데 자이언츠) 등 ‘거구’들과 타격 경쟁을 하다가 마침내 타율 1위(0.364)에 올랐다. 18일 광주 엘지(LG)전에선 시즌 2호 홈런까지 터뜨린 ‘공포의 9번 타자’다. 고의사구도 김태균(3개)보다 많은 4개나 얻었다. 타격왕에 오른다면 유격수로서는 2007년 이현곤(당시 KIA·0.338) 이후 10년 만이다.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작은 거인’은 호세 알투베(27·휴스턴 애스트로스)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2011년 입단한 그의 키는 167㎝. 2m가 넘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평지보다 높은 마운드에서 내리꽂는 공을 상대하면서도 통산 타율이 0.313에 이른다. 올 시즌도 타율 0.331로 아메리칸리그 3위다.

알투베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2루수다. 2014년 아메리칸리그에서 타율(0.341), 안타(225개), 도루(56개) 등 3관왕에 올랐고, 올스타전 4회 출전을 비롯해 실버슬러거를 3회, 골드글러브를 1회 수상했다. 특히 지난해까지 3년 연속 200안타를 치며 스즈키 이치로(43·마이애미 말린스)의 10년 연속 200안타에 도전장을 냈다. 김선빈과 알투베는 팀을 리그 전체 선두로 이끌고 있는 점도 닮았다.

송재우 <엠비시(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단신 선수들은 재능이 뛰어난데다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더 노력하다 보니 근성도 남다르다”고 평가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