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집처럼 드나든 잠실구장이지만 마운드는 낯설었다. 이병규(43·현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는 “마지막 기회이니 타석에 설까도 생각했지만 한 번도 서보지 않은 마운드에 서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타석엔 ‘분신’과도 같은 큰아들 승민(도곡초 6학년)군이 섰다. 관중석에선 “엘~지(LG)의 이병규”가 메아리쳤다. 시구는 그의 시원시원한 성격처럼 순식간에 끝났다. 그는 9일 그렇게 엘지 줄무늬 유니폼과 작별을 고했다.
등번호 9번에 착안해 9월9일에 은퇴식을 치르려 했지만 “순위 싸움이 치열해질 때라” 고사했다. 그래서 잡은 날짜가 7월9일. 그는 “선수 때는 우천취소가 반가웠는데, 오늘은 비 오면 어쩌나 걱정했다”며 웃었다.
9일 은퇴한 이병규 선수와 가족들. 엘지 트윈스 제공
그가 엘지에서 17년간 달고 뛴 등번호 9번은 엘지의 영구 결번으로 팬들에게 새겨졌다. 영구결번은 국내 프로야구 통산 13번째이나 엘지 선수로는 김용수(41번)에 이어 두번째다.
이병규는 단국대를 졸업하던 1997년부터 엘지에 입단했다. 2007년부터 3년간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활약한 기간만 빼곤 그의 소속팀은 늘 엘지였다.
엘지에서 17년 동안 타격왕 2번, 안타왕 4번, 골드글러브 6번, 신인왕 등의 족적을 남겼다. 1999년 잠실 홈구단 최초의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했고 2013년에는 최고령 타격왕과 최고령 사이클링히트, 그리고 10연타석 안타도 기록했다. 특히 역대 최소 경기인 1653경기 만에 2000안타를 달성했다.
우승 반지가 없는 그는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며 “반드시 엘지 팬들이 원하는 우승을 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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