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카노(35·시애틀 매리너스)가 12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말린스 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연장 10회 결승점이 된 솔로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마이애미/ EPA 연합뉴스
로빈슨 카노(35·시애틀 매리너스)는 태어날 때부터 야구선수가 될 팔자였다. 역시 야구선수였던 그의 아버지는 흑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재키 로빈슨의 이름을 따 아들에게 ‘로빈슨’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투수였던 아버지와 달리 카노는 타자로 재능을 보였다. 아버지는 오른손잡이 아들을 ‘우투좌타’로 전향시켰다.
2001년 뉴욕 양키스에 입단해 2005년부터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그는 양키스의 붙박이 2루수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2011년 올스터전 홈런더비에선 우승도 했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조국 도미니카공화국을 우승으로 이끌고, 대회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통산 300홈런에 5개만을 남겨둔 메이저리그 13년차 베테랑이 된 그는 올해 올스타전에 선발되지 못했다. 그러나 스탈링 카스트로(뉴욕 양키스)가 부상으로 올스타전에 나서지 못해 대체선수로 ‘꿈의 무대’를 밟았다. 생애 8번째 올스타전에 선발된 그는 극적인 연장전 결승홈런으로 ‘별 중의 별’로 등극하는 행운을 안았다.
12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말린스 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카노는 1-1로 맞선 10회 웨이드 데이비스(시카고 컵스)의 시속 130㎞(80.8마일) 너클 커브를 잡아 당겨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이 한방으로 아메리칸리그(AL)는 내셔널리그(NL) 올스타를 2-1로 제압하고 최근 5년 연속 승리하며 역대 전적에서 43승 2무 43패 동률을 만들었다. 카노는 부상으로 선택 가능한 스포츠카와 픽업트럭 가운데 스포츠카를 골랐다.
로빈슨 카노(35·시애틀 매리너스)가 12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말린스 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뒤 부상으로 받은 스포츠카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마이애미/AFP 연합뉴스
아메리칸리그 올스타 2루수 선발 출전은 호세 알투베(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몫이었다. 두 번째로 나선 2루수도 카노가 아닌 조나단 스쿱(볼티모어 오리올스)이었다.
카노는 7회초에야 비로소 대타로 나섰지만 삼진을 당했다. 올스타전이 연장으로 흐르면서 카노에게 또 한 번 기회가 왔고, 카노는 극적인 결승포로 최우수선수상까지 거머쥐었다. 생애 첫 올스타전 최우수선수상 수상이다.
아메리칸리그 올스타는 3회초 2사 만루 기회에서 대니얼 머피(워싱턴)가 내셔널리그 두번째 투수 델린 베탄시스(양키스)에게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하지만 두번째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0-0으로 맞선 5회초 2사 2루에서 미겔 사노(미네소타)가 내셔널리그 네 번째 투수 알렉스 우드(LA 다저스)를 상대로 받아친 빗맞은 타구가 외야 오른쪽 파울라인 안쪽에 뚝 떨어졌다. 1루수와 2루수, 우익수가 모두 달려갔지만 타구를 잡아내지 못했고, 그 사이 2루 주자 스쿱이 홈을 밟았다.
내셔널리그 올스타는 야디에르 몰리나(세인트루이스)가 6회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아메리칸리그 다섯번째 투수 어빈 산타나(미네소타)의 시속 153㎞(95.1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정규이닝에서 1-1로 우열을 가리지 못한 두 팀은 2008년 올스타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연장전에 들어갔고, 연장전 돌입과 동시에 첫 타자 카노의 홈런으로 균형이 무너졌다.
로빈슨 카노(35·시애틀 매리너스)가 12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말린스 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1-1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솔로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마이애미/유에스에이 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올스타전답게 축제 분위도 연출됐다. 6회초 타석에 들어선 넬슨 크루즈(시애틀)는 곧바로 내셔널리그 다섯번째 투수 잭 그레인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하는 대신 홈플레이트 뒤의 조 웨스트 구심과 어깨동무를 했다. 크루스와 웨스트 구심이 활짝 웃자 포수 몰리나가 사진을 촬영하는 우스꽝스런 장면도 나왔다.
경기에 앞서 올스타전 기념 시구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라틴계 메이저리그 영웅들이 했다. 장내에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와 후안 마리챌, 루이스 아파라시오, 로드 커류, 올랜도 세페다, 토니 페레스, 로베르토 알로마, 페드로 마르티네스, 이반 로드리게스 등이 소개됐다. 세상을 떠난 클레멘테를 대신해서는 유가족이 참석했다.
영웅들은 마운드 주변에 나란히 서서 동시에 시구를 했다. 몰리나 등 현역 라틴계 선수들은 같은 나라 출신 명예의 전당 멤버의 시구를 받아줬다.
올스타전 행사가 본격 시작하기 전에는 ‘레드카펫 쇼’도 열렸다. 선수들과 그의 가족은 메이저리그 후원 자동차 회사가 제공한 픽업트럭을 타고 레드카펫 위를 행진하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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