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역대 최연소 올스타로 선발된 이정후(19·넥센 히어로즈). 한겨레 자료사진
이정후(19·넥센 히어로즈)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프로야구 올스타전 그라운드를 밟은 기억이 있다. 2009년 광주 무등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선수로 출전한 아버지 이종범(46) 엠비시(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함께했다. 이정후는 그때를 회상하며 “아버지가 뛰는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저도 올스타전에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학창시절 열심히 운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오늘 부모님이 안 오신다더라. 아버지는 ‘다치지 말고 재미있게 하라’는 말씀만 하셨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 꿈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이뤄졌다. 이정후는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역대 최연소 올스타가 됐다. 만 18살 10개월 7일인 그는 2009년 올스타전 당시 만 19살 23일로 출전했던 안치홍(27·KIA 타이거즈)의 최연소 출전 기록을 경신했다.
이정후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미스터 올스타(MVP)’에 도전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참가에 의의를 두지만, 친구들이 열심히 해서 한 번 도전해 보라고 한다”며 의욕을 보였다. 그는 미스터 올스타에게 부상으로 주는 승용차에 대해 “면허는 이미 땄다. 지금 제가 차가 없으니 엠브이피가 되면 제가 타겠다”라며 웃음지었다.
지난해 1차 지명으로 넥센에 입단한 고졸 신인 이정후는 첫 시즌인 올해 전반기 타율 0.327(315타수 103안타), 2홈런, 31타점 65득점으로 맹활약하며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덕분에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나눔 올스타 외야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정후는 “신인으로 영광스러운 자리에 나설 수 있어 팬들께 감사드린다. 감독님, 코치님 등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이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전날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이 “아버지를 뛰어넘는 훌륭한 선수가 되라”는 덕담을 건넨데 대해 이정후는 “대선배님께서 그런 말씀 해주셔서 영광이다. 딱 (시즌의) 절반을 뛰었는데 ‘아버지가 힘든 길을 걸어가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선배님 말씀처럼 더 발전해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정후가 자신의 올스타전 최연소 기록을 경신한 데 대해 안치홍은 “이정후가 내 기록을 깬 건 아쉽지 않다. 깨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기록이 깨지길 바랐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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