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막바지 순위 경쟁이 숨가쁜 가운데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최우수선수(MVP) 경쟁도 치열하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예측이 어렵다. 개인 타이틀이 고르게 분포돼 있는데다 아직까지는 독보적인 기록도 보기 힘들다. 2010년 이후 시즌 최우수선수 수상자들은 개인기록을 독식했거나 한국 프로야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기아(KIA) 타이거즈는 1위를 질주하면서 최우수선수 후보들이 많다. 우선 지난해 상무에서 제대한 유격수 김선빈이 데뷔 10년차를 맞은 올해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19일 현재 타율 0.382로 타격 1위를 기록하며 169안타 61타점을 올리고 있다. 키 165㎝의 왜소한 체격임에도 수비와 타격 등 공수에서 뛰어난 타격을 보이고 있다. 김선빈은 9월 들어서도 꾸준한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타이틀이 1개(타율 1위)뿐인 점은 아쉽다. 한때 4할 타율을 기대했으나 가능성은 점점 흐려지고 있다.
기아 토종 에이스 양현종은 국내 선발투수로는 1995년 이상훈(당시 LG) 이후 22년 만에 20승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18승6패로 2007년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그러나 19일 에스케이(SK)와의 경기에서 잇따른 수비 실책 등으로 승수를 쌓지 못하면서 20승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게다가 팀 동료 헥터 노에시(18승4패)와 다승 공동 1위를 기록 중이지만 평균자책점은 8위로 밀려 있다. 양현종은 남은 두차례 선발 등판에서 모두 승리해야 20승이 가능하다.
4번 타자 최형우도 최우수선수 후보다. 9월 들어 15경기에서 타율 0.246, 8타점으로 주춤하고 있지만 출루율 1위(0.459)와 타점 2위(120점), 타격 3위(0.352)를 달리며 선두 질주에 큰 공을 세웠다.
기아 선수 외에는 에스케이 최정이 가장 눈에 띈다. 그는 9월 들어 14경기에서 타율 0.418에 홈런 8개, 19타점을 올리며 최우수선수 후보로 급부상했다. 지난해(40홈런)에 이어 올해도 46홈런을 터뜨려 2위 윌린 로사리오(37개·한화)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박병호의 뒤를 잇는 토종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굳히기에 들어가면서 최정의 이름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다만 홈런 1위임에도 타점 113점으로 다린 러프(121타점)와 최형우(120타점)한테 뒤진 점은 아쉽다.
역대 최우수선수상은 개인 타이틀 못지않게 의미 있는 기록에 가산점을 주고 있다. 지난해 최우수선수상은 투수 부문에서 다승(22승3패)과 평균자책점(2.95) 1위를 차지한 더스틴 니퍼트(두산)와 타자 부문에서 타율(0.352)과 안타(195) 타점(144) 부문 1위를 차지한 최형우가 대결을 펼쳐 니퍼트의 승리로 돌아갔다. 타고투저의 국내 프로야구에서 22승은 경의적인 기록이었다.
또 2015년에는 엔씨(NC)의 에릭 테임즈가 국내 최초로 작성한 40홈런-40도루의 영향으로 4년 연속 홈런·타점왕을 차지한 넥센 박병호를 제치고 영예를 안았다. 2014시즌에도 넥센 서건창이 역대 최초로 200안타를 돌파한 데 힘입어 팀 동료 박병호를 따돌렸다. 당시 박병호는 이승엽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 50홈런을 넘어섰지만 2012시즌과 2013시즌 최우수선수였다는 점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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