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전향 20개월 만에 2019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에 1순위로 깜짝 지명을 받은 부천고 전창민이 지명 직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하루 전날의 감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교복을 입은 그저 평범한 고교생이었다. 11일 오후 5시까지 모든 수업을 마치고 만난 전창민(18·부천고)은 까무잡잡한 얼굴에 생글생글 웃음이 넘쳤다.
전창민은 지난 10일 열린 2019 케이비오(KBO) 신인 드래프트(2차)에서 두산 베어스에 1순위(1라운드 9번째)로 깜짝 지명됐다. 그는 “2~3라운드에만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1순위라 어떨떨했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이어 “어릴 때부터 두산 팬이었다. 아빠도 오비(OB) 시절부터 열성 팬이다. 그런데 두산에 1라운드에 지명되다니 꿈만 같다”며 “(두산 구단이)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주신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전창민은 투수로 전향한지 불과 20개월 만에 프로 1순위 지명이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그는 원래 포수였다. 2009년 6월, 서울 도신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학교 야구부에 들어간 뒤 외야수와 3루수를 보다가 초등 4학년 때부터 야구명문 충암중·고를 거치는 동안 줄곧 포수 마스크를 썼다. 그는 “포수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충암고 1학년 때 “마른 체격이 포수와 어울리지 않아” 투수 전향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전창민과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던 당시 충암고 3학년 투수 고우석(LG 트윈스)이 그의 강한 어깨를 칭찬하며 “투수해도 되겠다”고 농반진반 말한 게 계기가 됐다.
전창민은 투수층이 두터운 충암고를 떠나 1학년이 끝날 무렵 부천고로 전학했고, 투수 전향 1년 남짓 만에 팀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키 186㎝, 87㎏의 그는 최고구속 시속 145㎞의 빠른 공을 던진다. 특히 포크볼이 일품이고, 나이답지 않게 다양한 변화구도 구사한다. 그는 “프로에서 슬라이더와 커브볼을 좀더 완벽하게 가다듬고 싶다”고 했다.
2019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 베어스에 1순위로 지명된 부천고 전창민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전창민 가족 제공
포수 출신이라 성격도 활달하다. 그는 “프로에 지명된 뒤 인터뷰도 많이 하고 친구들이 기사와 사진을 갈무리해 보내주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두산 구단은 전창민에게 내심 제2의 함덕주를 기대한다. 함덕주는 2013년 지명 당시 비쩍 마른 몸으로 고작 130㎞대의 구속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150㎞에 가까운 빠른 공으로 타자들을 압도하며 두산의 마무리 투수로 성장했다. 전창민을 키운 부천고 김민태 감독은 “체격조건이 좋고 빠른 공을 가지고 있다. 투수로서 경험만 쌓는다면 큰 재목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창민한테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던지자 나이답지 않게 의젓한 답이 돌아왔다. “프로에서 코치님과 선배님들에게 열심히 배우면서 성실하게 노력하다보면 기회는 자연스럽게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르침을 잘 흡수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그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더욱 빛났다.
부천/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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