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야구·MLB

‘팀 해체’가 목표인 야구단이 있다

등록 2020-03-30 17:58수정 2020-03-30 20:26

[스트리밍 스포츠]
지난해 창단한 용인시 빠따형 독립야구단
프로 입단 도전하는 선수들 모여 구슬땀
“모두 프로 입단해 팀 해체되는 게 목표”

소유가 아닌 경험, 이른바 ‘스트리밍 시대’입니다. 스트리밍은 실시간 재생 기술로,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데이터가 처리된다는 뜻입니다. <스트리밍 스포츠>에서는 새로운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스포츠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용인시 빠따형 독립야구단.
용인시 빠따형 독립야구단.

지난해 경기도 용인에 특별한 야구단이 생겼다. 야구단 목표는 ‘팀 해체’. ‘뭐야?’라는 생각이 퍼뜩 들 것이다. 이름도 ‘빠따형 독립야구단’으로 별나다. 대체 왜 팀 해체가 목표일까? <한겨레>는 빠따형 독립야구단 김동영(31) 대표 겸 감독을 최근 경기 성남에 있는 훈련장에서 만났다.

■ 회비 걱정 없는 유일한 독립야구단

빠따형 독립야구단은 경기도독립야구연맹리그 소속이다. ‘독립리그’는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거나 방출된 선수들이 뛰는 준프로급 무대다. 지금은 해체됐지만, 김성근 감독이 이끈 고양 원더스가 대표적이다.

빠따형 독립야구단을 이끄는 김동영 대표는 엘지(LG) 트윈스에서 뛰었던 프로선수 출신. 프로에 진입 못 한 선수들의 꿈을 후원하는 그는 다른 독립야구단과 달리 선수들에게 회비를 받지 않는다. 후배들이 경제적 문제로 야구를 포기하는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유일하게 선수들에게 월급을 줬던 고양 원더스 해체 뒤 독립야구단 선수들은 회비를 내면서 버티고 있다. 하부리그 시스템이 부실한 한국 야구의 현실 때문이다.

그런데 야구단의 목표는 왜 팀의 해체일까? 김 대표는 “소속 선수들이 모두 프로팀에 데뷔하고, 독립야구단의 모든 선수가 회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빠따형 야구단이 존재할 필요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유튜브를 통해 팀을 소개하고 있는 김동영 대표. 유튜브 갈무리
유튜브를 통해 팀을 소개하고 있는 김동영 대표. 유튜브 갈무리

용인 빠따형 독립야구단 선수들의 모습. 유튜브 갈무리
용인 빠따형 독립야구단 선수들의 모습. 유튜브 갈무리

■ 유튜브에 뿌리내린 신개념 야구단

회비도, 기업 후원도 없는 팀을 이끄는 건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유튜브를 활용했다. 2018년부터 운영한 유튜브 채널 <빠따형>에서 야구단 창단 소식을 알리고 후원을 받았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수 21명을 모았고, 선수들의 훈련 영상과 사연을 묶어 영상으로 올렸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꾸며진 이야기에 팬들이 늘어났고, 개인 후원이 따라붙으면서 숨통이 트였다.

두산 베어스 출신 최현진 플레잉 코치 소개 영상 중. 유튜브 갈무리
두산 베어스 출신 최현진 플레잉 코치 소개 영상 중. 유튜브 갈무리

애초 <빠따형>의 주 콘텐츠였던 야구 강의도 더 활발해졌다. 유튜브에 강의 영상을 올리고 훈련장에서 직접 레슨도 하는 구조인데, 기존 김 대표의 강의에 최현진(28) 플레잉 코치의 투구 강의가 더해졌다. 최 코치는 충암고 시절 고교 무대에서 40년 만에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며 2011년 신인 드래프트 때 두산의 1차 지명을 받았던 선수다.

유튜브 중심의 유소년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단순한 야구 교육을 넘어, 훈련 과정에서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고 콘텐츠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

유소년 야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김동영 대표. 유튜브 갈무리
유소년 야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김동영 대표. 유튜브 갈무리

■ 방출 아픔과 코로나19 넘어, ‘역전 드라마’ 쓸까

지난해 9월 키움 히어로즈에서 방출된 김상현(24) 선수도 이곳에서 훈련하고 있다. 2014년 팀에 입단해 2군과 3군을 오갔고, 2015년 입대 뒤 전역해서는 3할 타율을 내는 등 1군 데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때 갑자기 안면마비의 불운이 찾아왔다.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부어서 눈을 못 떴다”는 그는 부상 공백을 메꾸지 못하면서 팀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다. “야구에선 언제나 거짓이 없었다”던 그였기에 상처가 더 컸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이 그를 말렸다. “그제야 제가 혼자 야구를 해온 것이 아니라 저를 응원하는 많은 사람과 함께 해왔다는 걸 깨달았죠”

재도전을 결심했을 때, 그는 빠따형 독립야구단을 알게 됐다. 회비 없이도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었다. 다시 프로 입성을 꿈꾸는 그는 독립야구단에서 프로로 이적한 엘지 트윈스 황목치승 선수를 롤 모델로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김동영 대표는 “김상현 선수는 프로에서 충분히 먹힐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키움 히어로즈 선수 시절 김상현의 모습. 김상현 제공
키움 히어로즈 선수 시절 김상현의 모습. 김상현 제공

키움 히어로즈 선수 시절 김상현의 모습. 김상현 제공
키움 히어로즈 선수 시절 김상현의 모습. 김상현 제공

빠따형 독립야구단은 올 시즌 경기도독립야구리그에 용인시를 대표해 출전한다. 목표는 우승.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열정은 뜨겁다. “철저하게 실력을 중심으로, 가능성 있는 선수만 뽑았고 경기력도 좋다”는 김 대표의 표정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성남/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