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관중석에 관중 대신 가득 찬 플래카드를 바라보고 있다. 내일 프로야구 개막전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국내파냐 해외파냐.’
5일 개막하는 2020 신한은행 쏠(SOL) 케이비오(KBO)리그 광주 경기가 기아의 에이스 양현종(32)과 키움의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32)의 ‘선발 맞대결’로 펼쳐져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둘은 시즌 개막전에 2년 연속 선발로 등판하는 ‘유이한’ 투수다. 나이도 동갑인데다, ‘10승대’ 선발 투수끼리의 대결이어서 국내파와 외국인 용병의 자존심 대결로도 읽힌다. 이날 각 경기장에 등판하는 10명의 선발 투수 가운데 국내파는 양현종·차우찬(LG), 백정현(삼성) 3명뿐이다.
통계상으로는 준비된 메이저리거 양현종이 한발 앞선다. 지난해 양현종은 평균 자책점 2.29, 16승으로 투수부문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명실상부 한국 프로야구의 에이스다. 브리검은 평균자책 2.96점에 총 13승을 거둬, 7위였다.
지난 기록 못지 않게 최근 컨디션도 중요하다. 이 점에선 막상막하다. 양현종은 지난 25일 엔씨(NC)와의 연습경기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를 거둬 컨디션 조절까지 마쳤다. 하지만 브리검 역시 지난 29일 두산과의 연습경기서 3이닝 3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몸상태 측면에선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양현종이 객관적인 지표로는 앞선다 할 수 있지만, 꼭 그것이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야구다. 지난해 개막 선발전에서 승리를 따낸 선수는 양현종이 아닌 브리검이었다. 투구 내용은 양현종(6이닝 1실점)이 브리검(5이닝 4실점)보다 좋았다. 문제는 타격이었다.
기아는 지난해 엘지와의 개막전에서 단 3안타만 치며 1점도 뽑아내지 못하는 ‘물 방망이’ 타선을 보여줬다. 양현종의 문제가 아닌 타자들의 문제였던 것이다. 반면 키움은 브리검이 4실점을 했지만, 타자들이 안타 14개를 몰아치며 7득점을 올렸다.
개막전을 떠나 2019년 시즌 통계를 보면 키움의 방망이는 기아보다 한수 위다. 지난해 키움의 팀 타율은 2할8푼2리로 전체 구단 가운데 1위다. 기아는 2할6푼4리로 6위에 머물렀다. 양현종이 아무리 호투를 펼친다해도, 방망이가 되살아나지 않는 이상, 승리를 거머쥐기 어렵다. 키움은 지난해 3할대 타자가 이정후(0.336), 김하성(0.307), 샌즈(0.305), 서건창(0.300) 4명이나 되지만, 기아는 최형우(0.300) 한명뿐이었다.
이런 기아의 상황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격의 핵 나지완의 활약 여부가 관전 포인트로 거론되고 있다. 3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기아 매트 윌리엄스 감독은 “어느 타선에도 어울리는 선수다”라며 나지완을 치켜세웠고, 주장 양현종도 “더그아웃의 리더다”라며 신뢰를 보냈다. 지난 1일 연습경기에서 나지완은 연타석 홈런포를 쏘아 올리면서 점검을 마쳤다.
한편, 전날 미디어데이에서 유일하게 선발투수를 예고하지 않았던 롯데는 4일 외국인 투수 스트레일리를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5개 구장에서 모두 열리는 프로야구는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으로 치러지며, 시구 인원을 축소하는 등 간소화한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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