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수 방출 금기’라는 야구계의 속설을 깬 트레이드가 주목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전격 단행된 두산과 에스케이(SK)의 트레이드에서 에스케이로 팀을 옮긴 이흥련(31)이 그 주인공이다.
에스케이는 주전 포수 이재원(32)의 부상으로 인한 ‘안방’ 공백에 연패 수렁에 빠졌다. 해법은 트레이드를 통한 수혈. 염경엽 에스케이 감독은 주전급 포수를 데려오기 위해 ‘마운드의 미래’ 이승진(25)과 퓨처스에서 활약 중인 포수 권기영(21)을 두산에 넘기는 대신 포수 이흥련과 외야수 김경호(25)를 데려왔다. 그것이 ‘대박’이었다.
이흥련은 트레이드 다음 날인 30일부터 ‘안방 마님’ 자리를 꿰찼고, 이날 4년 만에 홈런을 터뜨리는 등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다음날에도 홈런을 쏘아 2경기 연속 거포의 힘을 보였다. 두 홈런 모두 팀의 동점과 역전을 끌어낸 ‘영양 만점’ 타격이어서 더욱 의미가 컸다. 에스케이는 꼴찌에서 탈출했다.
백업에서 ‘복덩이’로 급반전한 이흥련 이야기는 트레이드의 상승효과를 보여준다. 이적 뒤 8일까지 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3, 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에스케이의 승률(5승3패)도 치솟았다. 안방이 든든하자 마운드도 살아나 이흥련 영입 뒤 팀 평균자책점은 기존 5점대에서 4점대(4.24)로 개선됐다. 한 명이 팀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 셈이다.
이흥련은 홍익대 졸업 뒤 2013년 삼성에 입단했다. 그러나 진갑용, 이지영이라는 베테랑 포수 틈에서 첫 해 1군 경기에 단 한 차례도 나서지 못했다. 백업 포수로 종종 경기를 뛰었으나 이렇다할 성적은 내지 못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2018년 두산으로 팀을 옮겼지만 그곳에는 양의지(현 NC)가 있었고, 박세혁이 다음 순번이었다. 그러다가 에스케이로 옮기면서 자기에 꼭 맞는 유니폼을 찾은 것이다.
이흥련은 최근 인터뷰에서 “단발성이 아니라 꾸준하게 점점 좋은 플레이를 하고 싶다. ‘한 계단 올라섰다’고 판단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게 목표다”고 강조했다.
이흥련의 사례처럼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선수 트레이드는 분위기 반전을 가져오기도 한다. 7일 두산과 기아의 류지혁(26)-홍건희(28) 트레이가 주목 받는 이유다. 불펜진이 약했던 두산은 홍건희를, 3루 수비가 절실했던 기아는 류지혁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이들이 ‘이흥련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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