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기아와 두산의 맞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게 된 류지혁(26·기아)과 홍건희(28·두산)가 같은 날 나란히 활약했다. 초반이지만 양 팀에 ‘윈윈 효과’를 낳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10일 류지혁은 수원서 열린 케이티(kt)전에 7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2회 1사 만루 상황서 상대 투수 김민의 공을 공략해 투수 왼쪽을 뚫는 강습타를 날려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적 뒤 첫 타점이었다.
산뜻한 출발을 한 류지혁은 2회 환상적인 수비로 존재감을 알렸다. 2회 1사 상황서 케이티의 강타자 멜 로하스(30)가 친 3루 쪽 강타를 몸을 날려 잡아낸 뒤 안정적인 송구로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더그아웃에서 환호성이 나올 정도의 ‘슈퍼 캐치’였다. 기아의 선발 애런 브룩스(30)가 감사 인사를 할 정도였다. 성공적인 이적 신고식에 매트 윌리암스 감독은 “2, 3루는 물론 유격수로도 활용할 수 있는 선수다”라며 흐믓해했다.
경기 뒤 류지혁은 “공을 잡을 줄 몰랐는데 글러브에 운이 좋게 공이 들어왔다. 앞으로 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두산으로 둥지를 옮긴 홍건희는 창원서 열린 리그 1위팀 엔씨(NC)와의 경기에서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다. 두산이 9-1로 리드한 9회말 김태형 감독은 홍건희에게 이적 뒤 첫 마운드 등판의 기회를 줬다. 홍건희는 김태군-김태진-김찬형 세 타자를 뜬공과 땅볼로 잡아내며 공 9개만으로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7㎞까지 찍었다.
홍건희의 이날 호투로 김태형 감독은 불펜 운영에 한시름을 놓게 됐다. 이용찬(31)과 크리스 플렉센(26)이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홍건희가 채워준다면 성공적인 트레이드인 셈이다. 김 감독도 홍건희의 엔트리 등록 전 “좋은 공을 가진 투수”라며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애초 트레이드가 성사됐을 때,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두산 팬들의 목소리가 있었다. 연봉으로만 봐도 류지혁이 2배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 전력의 짜임새라는 큰 그림에서 보면 트레이드의 효과는 일단 긍정적이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팬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불펜과 3루 수비에 약점이 있었던 두 팀이 원하는 선수를 데려왔다. 윈윈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