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다.’
케이비오(KBO)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속마음이다. 리그 전체 일정의 30%가까이 진행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고 있어, 구단과 케이비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워터파크와 해수욕장의 개장을 허락하는 조처가 나오면서, ‘왜 야구만 안 되느냐’는 각 구단 내부의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렇다고 “관중 입장” 결정을 내릴 수도 없는 케이비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지난달 5일 개막한 프로야구는 18일 현재 팀당 144경기, 총 720경기 일정 가운데 26.5%를 소화했다. 하지만 정부에선 아직도 야구장 관중 입장에 대한 어떠한 조처도 내놓지 않고 있다.
애초 케이비오는 5월 안으로 관중을 받는 것을 추진했다. 좌석 간 거리를 두고, 선수와 팬이 만나지 않도록 동선을 분리하고, 확진자 발생 시 추적이 용이하도록 온라인 예매만 허락하는 등 만반의 대비책을 세웠다.
하지만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애초 계획이 틀어졌고, 최근엔 수도권에 하루 40~5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일이 꼬였다. 케이비오 관계자는 “방역 매뉴얼을 철저하게 만들었는데 관중 입장이 늦어져 답답하다. 정부 방침을 따르겠지만, 구단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각 구단에서는 ‘악’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구단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은 맞다. 특히 워터파크 개장 소식을 듣고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800만 관중을 자랑하는 프로야구는 일찍부터 공짜표를 없앴고, 경기수가 많아 티켓 판매가 많게는 구단 전체 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경기장에 사람이 몰려야 식음료나 기념품 등 부가수입이 더해지는데 현재까지 판매고 제로다. 모기업이 광고료 명목으로 지원하는 100억~300억원의 후원금 규모가 경제 사정에 따라서는 축소될 수도 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아직 구단별로 지원이 줄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다들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구단이 답답한 것은 “관중을 받게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지 못한다는 것. 야외 경기이지만 자칫 관중 가운데 확진자가 나오면 역풍을 맞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구단 관계자는 “무턱대고 관중을 허용하라고 요청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 일단 버틸 때까진 버티지만 어디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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