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이 많이 터지면서 ‘탱탱볼’ 논란에 휩싸였던 케이비오(KBO)리그. 하지만 완벽한 투구 앞에서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엘지(LG)의 정찬헌(30)이 27일 에스케이(SK) 원정경기(3-0 승)에서 9회말 1사 때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는 ‘깜짝쇼’ 펼쳤다. 9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 탈삼진 3개를 잡으며 완봉승을 올려 7연패의 팀을 구했다.
2008년 엘지에 입단한 정찬헌은 주로 중간계투로 활약했으나, 팀 내에서 ‘에이스’로 분류되진 않았던 선수였다. 12년 동안의 ‘미들맨’ 생활 끝에 류중일 감독이 올해 그를 다섯 번째 선발로 보직 변경을 했을 때만 해도 이 같은 호투를 기대한 이는 드물었다.
류중일 감독의 발탁에 호응하듯 정찬헌은 올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2.56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더군다나 이날 완봉은 올해 타고투저 현상의 케이비오 리그에서 단 3명만 기록한 값진 기록이다. 엘지에서 국내 선수가 완봉승을 거둔 건 2016년 류제국 이후 4년 만이다.
정찬헌은 “감독·코치님이 배려해주셔서 감사하다. 꼭 보답하고 싶다”며 “엘지에서 많이 배웠고, 여러 과정을 거쳤다. 과거가 쌓여 현재의 내가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키움의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31)도 27일 기아와 안방경기(2-0 승)에서 7회초 2사까지 단 한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는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기아의 간판 양현종과의 에이스 맞대결에서 이겨 더 짜릿했다.
요키시는 올 시즌 개인 최다 이닝인 8이닝을 던지며 안타 1개와 볼넷 1개, 삼진 4개를 기록했다. 투심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적절하게 조합한 지능적 투구에 기아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투구수도 91개에 불과했다. 요키시는 미국 마이너리그 시절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경험이 한 차례 있다.
요키시는 이날 승리로 시즌 7승(2패)을 올리며 두산의 라울 알칸타라와 함께 다승 공동 1위에 올라섰다. 평균자책점도 1.63에서 1.42로 떨어뜨렸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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