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서 열릴 예정이었던 케이티와 삼성의 경기가 비로 취소됐다. 연합뉴스
길어지는 장마가 케이비오(KBO) 리그 순위 싸움의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보다 한달 이상 지각 개막한 탓에 가뜩이나 일정이 촘촘한 상황서 우천 취소 경기가 속출하다 보니 주중 6연전이 아닌 7연전을 치르는 팀이 나오고 있다.
경기가 열리지 않는 월요일인 13일, 키움-기아, 에스케이(SK)-한화는 경기를 치렀다. 전날 우천 취소된 5경기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일부 지역에서 비가 그치지 않아 다시 연기됐고, 날이 갠 광주와 대전에서 경기가 열린 것이다.
이들 4팀은 14일부터 주중 6연전에 돌입했다. 하루도 쉬지 못하고 7경기를 내리 하는 셈이다. 여기에 장거리 이동까지 해야 한다. 광주에서 경기한 키움과 기아는 각각 서울과 대구로, 대전에서 경기를 치른 한화와 에스케이는 수원과 서울로 이동했다. 선수들은 14일 새벽에 돼서야 잠을 청했다.
경기가 취소된 나머지 팀들도 운동장에 나와서 대기를 하다가 돌아간 상황이라 마냥 쉰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추후 편성되는 일정을 치러야 하는데, 월요일 경기 또는 더블헤더로 열릴 예정이다. 리그 후반으로 갈수록 살인적인 일정이 나올 수도 있다.
최근 선수단이 우천 취소에 민감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12일 있었다. 서울 잠실서 열린 엘지(LG)와 엔씨(NC) 경기서, 1회말 류중일 감독이 폭우로 경기를 중단시킨 심판진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엘지 선발 김윤식이 1회초 공을 던지고 경기가 취소되면 엘지 쪽에 피해가 크다는 의미였다. 한 구단 관계자는 “무관중 경기가 오래 지속되는 상황에서 예정된 경기마저 취소되면 선수들 사기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중반 이후로 가면 체력적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비오 집계를 보면 13일 기준 올 시즌 우천 취소된 경기는 22회에 이른다. 팀당 144경기를 어떻게 하든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는 가을야구가 아닌 겨울야구를 하게 됐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각 구단이 치른 경기수를 보면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서울 고척 돔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키움이 60경기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고, 남부 지방을 연고지로 둔 기아와 롯데는 56경기로 가장 적다. 적은 경기를 치른 팀들이 리그 말 경기를 몰아서 하면서 순위 지각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 2위~5위 팀 간의 차이는 3.5경기에 불과하다.
결국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한 팀이 향후 빡빡한 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수창 해설위원은 “월요일은 선수들이 다 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날 경기를 치르면 리듬이 깨져 체력 소모가 크다”며 “불펜이나 야수 백업 요원이 잘 갖춰진 팀이 앞으로 유리해졌다.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우선으로 고려해 선발라인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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