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오(KBO) 프로야구 엔씨(NC) 다이노스와 기아 타이거즈가 ‘잔인한 8월’을 보내고 있다. 5월 개막 초부터 한번도 1위를 뺏기지 않았던 엔씨는 25일 2위 키움에 반 경기차로 쫓기고 있다. 여차하면 1위를 내줄 위기다. 지난달 3위까지 치솟으며 승승장구했던 기아는 8월 들어 7위로 떨어졌다.
엔씨는 지난달 24일, 2위 키움과 6.5경기까지 차이를 벌리며 사실상 리그 독주 상태였다. 에이스 구창모(23)와 드류 루친스키(32) 원투 펀치의 활약이 워낙 뛰어난 데다, 나성범·양의지·강진성 등 타선도 불이 붙은 상태여서 전력상 타 팀보다 한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랬던 엔씨가 8월이 되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8월 승률이 3할5푼3리로 리그 9위, 최하위권이다.
기아의 매트 윌리엄스 감독(맨 왼쪽). 연합뉴스
기아도 마찬가지다. 양현종, 브룩스, 가뇽, 이민우, 임기영 등 탄탄한 선발진을 내세워 시즌 초 약세라는 평가를 뒤엎고 ‘가을 야구’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8월 승률이 3할6푼8리로 리그 7위다. 두 팀이 헤매는 동안 롯데·키움·케이티(kt)는 나란히 승률 6할을 넘기며 엔씨와 기아를 끌어내렸다.
왜일까. 엔씨는 원투 펀치가 무너졌다. 우선 가장 빛나는 활약을 했던 구창모가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지난달 27일 엔트리에서 빠진 뒤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구창모가 없는 동안 엔씨는 올 시즌 처음으로 3연패를, 그것도 두 번이나 당했다. 연패를 끊는 에이스의 역할을 할 선수가 없어진 것이다. 구창모는 현재 재활훈련 중으로 알려졌다.
2선발 루친스키도 컨디션 난조다. 구창모가 빠진 뒤 5경기서 2승만을 올리고, 평균자책점이 7.33으로 투구 내용이 좋지 않다.
기아는 최근 부진했던 양현종이 살아나고 있음에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최근 트레이드를 통해 엔씨로 간 마무리 문경찬의 구멍이 크게 느껴진다. 나주환, 김선빈의 부상으로 생긴 수비 불안도 암초다. 가장 큰 문제는 타격이다. 8월 팀 타율이 2할2푼6리로 리그 9위다.
최근엔 오심으로 경기가 뒤집히는 불운도 겹쳤다. 22일 키움과의 경기서 중견수 김호령의 호수비를 심판진이 2루타로 인정해 아웃 카운트를 도둑 맞았다. 기아는 앞서 나가던 경기를 내주며 5연패에 빠졌다.
장성호 해설위원은 “엔씨는 구창모, 기아는 김선빈·나주환이 빠진 것이 결정적인 약세 요인이다”며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고 빨리 적응을 해야 두 팀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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