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엘지의 박용택이 4일 경기 수원케이티위즈파크서 열린 케티전에서 대타로 나와 희생플라이를 기록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2499’,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케이비오(KBO) 프로야구 엘지(LG)트윈스의 백전노장 박용택(41)의 안타 개수다. 박용택은 케이비오 39년 역사상 가장 안타를 많이 친 선수로, 2500 안타까지 단 한개 만을 남겨 놓았다.
박용택은 4일 수원 야구장에서 열린 케이티(kt) 원정전서 6회초 대타로 출전했지만, 안타를 성공시키지 못해 대기록 수립을 다음 경기로 넘겼다. 대신 팀의 역전 발판을 마련한 희생플라이를 쳐 통산 타점을 1191점(역대 7위)으로 늘렸다.
2002년 엘지에 입단해 18년 동안 한 팀에서 뛴 ‘원팀맨’ 박용택은 ‘안타 제조기’라는 별명답게 2018년 6월부터 줄곧 케이비오 최다 안타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이미 은퇴한 양준혁 해설위원(2318개)이고, 역대 안타 10위 선수 안에서 현역은 한화의 김태균(38·2209개), 기아의 최형우(37·1951개) 두명뿐이다. 둘의 나이를 고려할 때, 당분간 박용택의 ‘대기록’은 깨기 쉽지 않아 보인다.
박용택은 올 시즌 은퇴를 앞둔 선수로 보기 힘든 활약을 펼치고 있다. 본인 야구 인생에 가장 뜨거운 한해가 될지도 모른다. 통산 루타에서도 3위(3665루타)에 올랐을 정도로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나 다름없다.
시즌 82경기 출전해 218번 타석에 선 그의 타율은 2할9푼9리다. 팀 내 타자 가운데 6위다. 타점도 34점을 기록, 팀에서 9위를 차지하고 있다. 박용택의 활약 속에 엘지는 리그 단독 4위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한발짝 다가가고 있다.
박용택의 몸 상태가 좋은 것은 아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그는 팔꿈치 부상의 한 종류인 ‘외측상과염’을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바지 지퍼를 올리고 내리지도 못할 정도로 아프다. 나도 당황스럽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 그가 은퇴 마지막 해 팀의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이를 악물고 뛰는 셈이다.
류중일 감독도 그의 투혼에 화답하고 있다. 타수 채우기 출전이 아닌, 중요한 고비처에 대타로 투입하며 신뢰를 보내고 있다. 비록 대타(代打)지만 활약은 대타(大打)다. 지난 3일 케이티와의 더블헤더 1차전, 박용택은 5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대타로 나와 동점 2점 적시타를 때리며 팀의 7-2 역전승을 이끌기도 했다.
올 시즌이 프로야구 선수로선 마지막이지만 그의 은퇴식은 올해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구단과 박용택이 ‘팬과 함께하는 은퇴식’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는 “내년 시즌이 시작되고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본 뒤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식 은퇴식 일정을 잡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롯데 내야수 오윤석(28)은 부산 사진구장서 열린 한화전에서 케이비오 통산 27번째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다. 만루홈런이 포함된 사이클링히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4일 전적
LG 13-8 kt, 한화 5-14 롯데, 기아 1-7 두산, 삼성 1-4 NC, 키움 0-6 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