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의 케이티(KT)냐, 관록의 두산이냐.
9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릴 2020 케이비오(KBO)리그 플레이오프(3선승제) 케이티 위즈와 두산 베어즈 경기에 야구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3년 재계약에 성공한 이강철(54) 감독이 이끄는 케이티는 올 시즌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정규시즌 2위는 2013년 창단, 2015년 1군 데뷔 뒤 이래 최고의 성적이다.
‘야구천재’ 강백호(21)와 신인상이 유력한 소형준(19) 등 젊은 피가 역동적인 팀이다. 여기에 타격 4관왕(타점∙홈럼∙득점∙장타율)에 최다안타 2위, 타율 3위를 기록한 무시무시한 강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와 언제든 한방을 때릴 수 있는 홈런타자 황재균이 버티고 있다. 올 시즌 15승을 달성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10승을 올린 윌리엄 쿠에바스의 선발 원투 펀치도 든든하다.
시즌 중반 이후 무섭게 치고 올라간 페이스도 강점이다. 시즌 초만해도
케이티가 2위를 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드물었다.
두산과의 상대전적에서도 케이티가 약간 앞선다. 올 시즌 케이티는 9승 7패로 두산에 약간 우위를 점했다. 공교롭게, 지난해에도 케이티는 9승 7패로 두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런 점들만 보면 케이티가 유리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6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은 올 정규시즌 팀타율(0.293)과 평균자책점(4.31)이 리그 1위를 기록할 만큼 투타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팀이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20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친
크리스 플렉센의 선발진도 리그 최강급이다.
무엇보다 두산의 최대 강점은 풍부한 가을 야구 경험이다. 야구 원년을 비롯, 6번의 코리안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다. 포스트 시즌 진출만 이번까지 총 23번이다.
케이티의 상승세가 무섭다고 해도, 큰 경기의 경험이 적다는 것은 큰 약점이다. 지난 준플레이오프 1차전 때, 엘지(LG)의 고졸 신인 이민호가 3.1이닝 만에 강판 당한 것처럼 큰 경기에선 실력 외의 변수가 존재한다.
케이티가 또 주의해야할 것은 실책이다. 케이티는 올 시즌 102개의 실책을 범해 전체 리그에서 2위였다. 반면 두산은 85개로 9위였다. 144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에서 한 두번의 실책은 만회가 가능하지만 단기전에서 실책은 되돌릴 수가 없다. 정규 시즌을 마치고 계속 쉬었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경기력 저하 문제도 극복 대상이다.
이러한 팽팽한 양 쪽의 전력 탓에, 1차전부터 사활을 건 총력전이 예상된다. 경험이 적은 케이티는 1차전에서 자칫 패배할 경우 분위기가 급격하게 떨어질 위험이 있고, 두산은 케이티의 신바람을 초반에 차단해야하기 때문이다. 1차전이 열리는 고척돔에 눈과 귀가 모아지는 이유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