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 이대호가 12월2일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3700만달러 잭팟’ 계약이 성사되면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김하성(26)의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에프에이(FA·자유계약) 시장의 또 다른 ‘대어’인 이대호(38·롯데자이언츠), 양현종(32·기아타이거즈)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선수협 판공비 사건’ 등 악재가 겹친 이대호는 궁지에 몰린 상황이고, 양현종의 경우 끝까지 빅리그 진출을 노리면서 국내 잔류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에프에이 시한은 이달 말까지다.
이대호는 지난 연말에 발생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판공비 논란’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대호가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무마에 나섰지만, 한 시민단체가 이대호 등 사건 관계자들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형사 고발하면서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현재 롯데 구단과 계약 협상 중인 상황에서 선수 개인에게 발생한 논란은 악재임이 분명하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3일 “현재 구단과의 계약이 순조롭지 않다. 계약 기간과 금액 등 구단과 선수 양쪽의 입장 차가 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단 입장에선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에게 걸맞은 대우를 해주고 싶다고 해도, 판공비 논란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팬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에 올해 2년 연속으로 3할대에 미치지 못한 타율을 기록하며 ‘에이징 커브’(나이가 들면서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가 온 것이 아니냐는 얘기에 대한 적절한 평가도 해야 한다.
계약 기한이 임박할수록 불리해지는 건 이대호일 수밖에 없다. 이대호 입장에선 ‘고향 팀’이라는 것 외에는 구단에 어필할 수 있는 카드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지난해 3월 FA협상 막판에 연봉을 낮춰 계약했지만, 지난 12월 결국 방출된 고효준(37)과 계약을 포기하고 은퇴를 선택한 손승락(38)의 사례를 봐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반면, 양현종은 아직까진 여유가 있다. 메이저리그 입단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친정팀 기아로 복귀할 경우 국내 최고 대우는 기정사실이다. 기아 구단도 여러 차례 ‘최고 대우를 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고 빅 리그행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메이저리그 선발 고집을 포기하면 선택에 여유가 있다. 양현종 쪽은 현재 메이저리그 진출이 임박한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투수 스가노 토모유키(31)의 계약 발표를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당장 선발 자원인 스가노의 입단이 결정되면 그때 대체카드로 양현종을 찾는 구단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양현종 쪽은 이날 통화에서 “스가노가 워낙 대어다. 그의 입단 계약이 끝나야 양현종의 계약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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