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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진정한 홈런왕’ 행크 에런, 별이 돼 세상 떠나다

등록 2021-01-24 11:09수정 2021-01-25 02:44

23일 별세…향년 86살
베이브 루스 누르고 홈런왕
1982년 한국 방문 경험도
조 바이든 “미국의 영웅”
23일(한국시각) 미국 애틀랜타 조지아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구장 앞에 이날 세상을 떠난 행크 에런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조지아/AFP 연합뉴스
23일(한국시각) 미국 애틀랜타 조지아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구장 앞에 이날 세상을 떠난 행크 에런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조지아/AFP 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755개의 홈런을 때려낸 ‘진정한 홈런왕’ 행크 에런이 세상과 작별했다. 향년 86살. 〈에이피〉(AP) 등 외신은 23일(한국시각) 그의 사망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에런에게 ‘진정한 홈런왕’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은 가난과 차별에 맞서 싸운 그의 야구 인생 때문이다. 미국 앨라배마 빈농 가정에서 태어나 독학으로 야구를 공부한 에런은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54년 니그로리그(흑인 리그)서 뛰다 밀워키 브레이브스(현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발탁돼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당시 흑인에게 장벽이 높았던 메이저리그도 그의 발군의 실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입단 이듬해인 1955년, 처음 올스타에 뽑힌 에런은 1956년 내셔널리그(NL) 타격왕, 1957년 최우수선수(MVP)를 따내며 두각을 나타냈다. 에런은 1976년까지 현역으로 뛰면서 3298경기에 출전, 1만2364타수 3771안타(타율 0.305), 755홈런, 2297타점, 240도루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그는 23시즌 동안 25번 올스타(1959년부터 1962년까지는 시즌 2회 선정)에 뽑힐 정도로 ‘불세출의 스타’였다. 개인 통산 홈런은 배리 본즈에 이어 2위지만, 본즈가 금지약물을 복용했기 때문에 팬들은 에런이 ‘진짜 홈런왕’이라고 말한다. 타점 부문에서는 에런이 지금도 메이저리그 통산 1위다.

1974년 백인의 우상이었던 베이브 루스의 홈런 기록을 깰 때는 온갖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MLB닷컴은 “당시 ‘더그아웃에서 에런의 옆자리는 항상 비어 있다. 총을 맞을 수 있어서’란 농담이 유행할 정도였다”라고 전했다. 실제 에런은 개인 경호원을 고용할 정도로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 하지만 결국 이 해 4월9일 715번째 홈런을 치며 루스를 넘어섰다.

1973년 700번째 홈런을 기록한 행크 에런이 관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73년 700번째 홈런을 기록한 행크 에런이 관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팀이 연고지를 애틀랜타로 옮기면서 인권의식도 싹텄다. 당시 애틀랜타는 마틴 루서 킹 목사가 활동하던 인권운동의 성지였다. 그는 “킹 목사 등이 있다는 걸 알고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은퇴 뒤에도 에런은 메이저리그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등번호 44번은 영구 결번으로 지정됐다. 니그로리그의 역사를 메이저리그와 통합시키는 데 힘을 보탰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애틀랜타 부회장이던 1982년 97.8%의 높은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1999년 메이저리그는 그의 이름을 딴 ‘행크 에런상’을 제정했다.

한국에 온 경험도 있다. 1982년 삼성 라이온즈의 초청으로 마이너리그 팀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고, 삼성·오비 베어스(현재 두산)와 친선 경기가 이뤄졌다. 당시 그는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755개의 홈런을 날릴 수 있었던 건, 특별한 재능보다 운 좋게 23년간 꾸준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망 소식에 애도의 물결이 넘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에스엔에스(SNS)에 “그는 편견의 벽을 깨는 것이 우리가 하나의 나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려줬다”고 남겼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는 우리가 본 최고의 야구 선수이고,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고 올렸다.

배리 본즈는 “그는 상징이자 전설, 진정한 영웅이었다. 아프리칸 아메리칸 선수들은 에런을 롤모델로 삼고, 꿈을 꿀 수 있었다”고 추모했다. 아시아의 홈런왕(868개) 오 사다하루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구단 회장은 “홈런, 타점 등 당시 세계기록을 세운 대단한 선수였다. 굉장한 신사이기도 해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거울이 됐다. 명복을 빈다”는 성명을 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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