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오(KBO)와 유튜브가 손잡고 만든
‘2020 KBO 회고록’(KBO 회고록)이 야구팬들 사이서 화제다. 지난 2020시즌을 되돌아보는 총 10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야구 다큐멘터리이자 일종의 영상 백서인데, 지난달 21일 첫 번째 에피소드가 공개된 뒤 10일 현재 누적 조회 수가 10만회에 육박한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은 다큐멘터리치고는 꽤 잘 나오는 셈이다.
이번 영상이 주목을 받는 것은 기획 단계부터 케이비오와 유튜브가 협업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야구 관련 영상물은 중계를 맡는 스포츠채널 방송국이나 유튜버들의 자체 생산이 많았다. 하지만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오버 더 톱(OTT) 회사인 유튜브가 참여한 것은 그동안의 스포츠 영상물 제작 방식을 벗어나 차별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구글코리아 쪽이 제작비를 지원하고 나머지 기획과 제작을 케이비오가 맡는 식이다. 유튜브 관계자는 “개막 연기, 무관중 등 코로나와 함께 찾아온 전례 없는 상황을 마주한 야구 선수들의 고민과 치열한 경기 뒤 이야기를 담아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의지(NC), 이정후(히어로즈), 강백호, 황재균(이상 kt), 김현수(LG), 최형우(KIA), 손아섭(롯데) 등 케이비오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된 KBO 회고록은 코로나19 사태를 목격한 선수들의 증언담부터 시작한다. “전지훈련지인 타이완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려고 하는데 비행기가 없다고 하는 말을 듣고 심각성을 느꼈다”(이정후), “시즌 개막이 늦춰지는 걸 보고 상황이 심각하다고 생각했다”(강백호), “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 텅텅 비어있었다”(양의지) 등 코로나19 사태를 관통한 선수들의 생생한 감정이 담겨있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팀인 엔씨(NC) 다이노스를 다룬 에피소드에선 박민우가 “키움의 대포 세리머니를 보고 집행검 세리모니를 제안했다”는 비화를 밝히기도 한다. 제한적 관중 입장이었기에 다소 긴장감이 풀어진 것으로 보였던 지난해 코리안시리즈에 대해 박석민은 “10번째 코리안시리즈였는데 매 경기 다리가 후들거려 야구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할 정도였다”며 당시의 긴장감을 전하기도 했다.
톱스타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12월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녹화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케이비오 관계자는 “선수들을 한자리에 모으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영상 제작에 활용했다. 수개월 전부터 구단과 인터뷰 내용을 사전에 조율하는 등 기획을 철저하게 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원하는 내용을 담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케이비오는 이번 사례를 통해 야구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을 새롭게 확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한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비오 이진형 사무 1차장은 “영상물로 만든 백서는 최초로 시도한 것인데, 아카이브의 역할도 할 수 있어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방침”이라며 “향후 다양한 OTT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야구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