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관중들이 거리 두며 프로야구 엘지(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는 프로야구 구단들의 하소연은 엄살이 아니었다. 실제로 연간 매출이 100억원 이상 줄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구단들의 재정 압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모그룹 지원이 있었기에 그나마 “인공호흡기 하고 버티는”(모 구단 마케팅 부장) 수준이다. 코로나19 탓으로 한동안 무관중이 이어진 영향이 크다.
일단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 감사보고서를 보면 2020년 매출액이 334억원이다. 이는 전년도(450억원)보다 116억원 가까이 줄어든 액수. 두산 베어스는 579억원에서 452억원으로 매출액이 127억원 감소했다. 가뜩이나 두 구단은 코로나19 때문에 모그룹 사정도 좋지 않아 타 구단처럼 읍소할 곳이 마땅찮았다. 이 때문에 롯데 자이언츠는 작년에 롯데캐피탈에 고정금리 3.3%의 이자율로 50억원을 2년 동안 차입했다. 두산 베어스는 2군 구장인 이천 베어스파크를 담보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290억원 자금을 빌렸다.
신세계 그룹으로 매각돼 에스에스지(SSG) 랜더스로 이름이 바뀐 에스케이(SK) 와이번스는 561억원에서 432억원으로 매출(129억원↓)이 뚝 떨어졌다. 에스케이 와이번스 감사보고서를 보면 입장료 수익이 80억8천만원에서 2억9천만원으로 감소한 게 컸다. 관중 입장이 제한적이어서 상품 매출 수입도 7300만원(2019년 5억1400만원)밖에 올리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는 434억원에서 354억원(80억원 ↓), 기아 타이거즈는 416억원에서 383억원(33억원 ↓)으로 매출이 줄었다. 농구단을 함께 운영하는 엘지 스포츠의 경우 영업수익이 90억원 감소했다.
만년 적자 구조의 한국 프로 스포츠는 ‘매출=운영비’로 생각하면 된다. 부족한 운영비 같은 경우 광고비 명목으로 책정되는 모그룹 지원으로 대부분 메워지기 때문이다.
엔씨(NC) 다이노스가 한 예다. 4월 감사보고서가 올라온 대부분의 구단이 큰 폭의 매출 하락을 겪었지만 작년 통합 우승을 이룬 엔씨의 매출액은 오히려 80억원 가량(445억원→522억원) 늘었다. 이례적으로 광고수입이 268억원에서 422억으로 증가했는데 모기업(엔씨소프트) 지원이 그만큼 많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구단들의 재정적 압박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장마다 10~30% 관중 입장이 허용되고 있는데 이마저도 장내 음식 섭취 및 육성 응원 금지로 꽉 차지 않고 있다. 오프라인 예매가 어려운 것도 한몫 한다. 백신 접종 등이 이뤄지고 있으나 올해도 100% 관중을 채우고 경기가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모그룹이 없는 히어로즈의 경우 타 구단에 비해 운영비 압박이 더욱 심할 듯한데 아직까지 작년 감사보고서는 올라오지 않았다. “허리띠를 졸라맬 한계점은 이미 지났다”는 모 구단 마케팅부장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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