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 양현종이 6일(한국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 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 방문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박찬호, 류현진을 뛰어넘는 선발 데뷔전이었다.
텍사스 레인저스 양현종(33)이 6일(한국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 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1실점 4피안타(1홈런) 8탈삼진을 기록하며 짧지만 굵은 인상을 남겼다. 선발 데뷔전 탈삼진 8개는 한국인 투수의 역대 메이저리그 선발 데뷔전 최다 탈삼진으로, 1995년 박찬호와 2013년 류현진의 종전 기록(5개)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텍사스는 이날 구단 최고령 선발전을 치른 양현종의 활약에 힘입어 3-1, 승리를 거뒀다. 다만 양현종은 4회말 1-1 상황에서 교체돼 승리투수 조건을 채우진 못했다.
앞선 두 차례 롱릴리프로만 등판했던 양현종은 이날 선발로 가장 먼저 마운드에 서서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등판하자마자 세 명의 타자를 연달아 삼진으로 처리했다. 바깥쪽으로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미네소타 타선은 줄줄이 무너졌다.
비록 2회에 홈런을 얻어맞으며 실점을 기록했지만, 3회까지 타자 네 명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4회말 무사 만루 상황에서도 상대 타자 호르헤 플랑코를 헛스윙 삼진으로 엮어내기도 했다. 이날 양현종은 10개의 아웃 카운트 중 8개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4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교체됐지만 불펜 투수가 잘 막아서 추가 실점은 없었다.
양현종은 이날 60~70개 정도의 투구수가 예정돼 있었다. 조기 교체도 투구수 때문으로 풀이된다. 땅볼이나 뜬공 대신 대부분 삼진으로 타자들을 돌려세우면서 투구수가 많이 늘어난 상황이었다.
성공적인 선발 데뷔전을 치르면서 앞으로도 선발 등판 기회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텍사스는 최근 투수 가뭄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특히 일본 출신 투수 아리하라 고헤이의 부진이 심각하다. 최근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 4⅓이닝 동안 11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도 고헤이가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었지만, 오른쪽 손가락 부상마저 당해 양현종이 대신 등판했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이날 경기 뒤 “(양현종의 활용 방안을) 논의할 것이다. (어떤 방향이 될지) 확신할 순 없다. 어쨌든 그는 오늘 정말 잘 던졌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서도 양현종의 인상 깊은 활약으로 텍사스 내 선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시비에스(CBS)스포츠>는 “양현종이 아리하라 고헤이 대신 선발 등판해 66개 공으로 효율적인 투구를 했다. 아리하라가 다음 차례에 선발로 복귀할지 불투명하다. 양현종이 추후 선발로 등판할지 불펜으로 돌아갈지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텍사스 레인저스 양현종이 6일(한국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 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 방문 경기가 끝난 뒤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나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텍사스의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경기 승리 때마다 수훈선수를 지정해 카우보이모자를 쓰게 한다. 텍사스 화상 인터뷰 갈무리 연합뉴스
이날 양현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팀 내 수훈선수에게 주어지는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나와 “큰 무대 첫 선발이라 긴장했는데 초반 삼진 3개를 잡으며 여유 있게 던진 것 같다. 던지면 던질수록 나만의 볼 배합으로 던졌다. 많은 이닝은 아니지만 이 과정이 나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은 같은 날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 안방경기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2피안타 3볼넷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4-1 승리에 기여했다. 코로나19 탓에 더블헤더 1차전은 7회까지만 치러진 탓에 김광현은 4회말 대타로 교체돼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