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10대 딸 친구가 놀러 왔다. 야구를 좋아하는지 물었다.
“아니요.”
추신수(39·SSG 랜더스)를 아는지도 궁금했다. 메이저리그를 거쳐 KBO리그에 온 연봉 27억원의 선수를 모를까 싶었다. 하지만 몰랐다. 내친김에 딸에게도 물었다. 딸의 답은 이랬다.
“제가 왜 알아야 해요?”
중학생 아들도 추신수를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몇 달 전, 인터뷰 때문에 수도권 한 구단의 팬을 찾기 위해 아들 반 단톡방에 글을 올렸을 때도 반응은 차가웠다. 한 엄마가 “아이 친구가 팬인 것 같던데…”란 식으로 대꾸했을 뿐이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의 현주소다.
프로야구, 위기 맞다. 중계 시청률은 하락하고, 제한된 관중조차 가득 채우지 못한다. 모바일 야구 게임 인기 또한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지난 3월말 갤럽이 발표한 조사는 이와 같은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KBO리그 개막 직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전화조사한 결과 34.1%만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2014년만 해도 성인 둘 중 한 명(48%)은 야구 선호도가 있었는데 올해는 셋 중 하나만 야구가 궁금하다. 조사 대상자 78%는 선호 팀 자체가 아예 없었다. 위험신호다.
눈여겨볼 수치는 20대(18~29살)의 답변이다. 4명 중 한 명(26%)만 야구에 관심이 있었다. 2013년 조사에서는 전체 평균(44%)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2017~2019년 30% 내외, 작년과 올해는 20%대 중반에 머물렀다. 2013년 조사 때 20대였던 이들이 현재는 30대가 됐을 터. 10대 팬 유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좋아하는 야구 선수’에 대한 물음에도 20대 68%는 좋아하는 선수가 없거나 선수 자체를 몰랐다.
딱히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진 요즘, 야구는 그저 경기 시간이 너무 긴 올드한 스포츠일 뿐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영향으로 야구 황금기가 왔던 점을 고려하면, 야구 대표팀의 도쿄올림픽 선전을 바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와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모바일을 통한 즐길 거리가 한층 더 늘었다. 아이들은 더이상 국가적 행사나 성적에 관심이 없다.
리그 질 하향평준화가 팬들의 외면을 더욱 부추긴 면도 있다. 어이없는 주루사나 기본기조차 떨어지는 수비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운드 위에서는 볼넷이 남발되고 야수가 투수 대신 던지기도 한다. 지금의 야구로는 절대 신규 팬 유입을 바랄 수 없다.
야구 인기하락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경기 시간 단축을 고민하고, 구단마다 어린이 팬을 위한 인프라를 늘려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영향이 있지만 연장 승부치기(10회 무사 1·2루에서 경기 시작) 도입이나 더블헤더 7이닝 단축경기 시행도 이런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프로야구 최고 인기 선수는 누구일까. 그리고, 과연 그 선수는 ‘우리들의 스타’일까, ‘그들만의 스타’일까. 과거로만 버티기엔 한계가 있다. 미래는 현재의 결정, 결단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을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할 때다. 비단 야구만의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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