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에스지(SSG) 랜더스 윌머 폰트가 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 선발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왕자’에게 크나큰 시련이 닥쳤다. 팀은 1위에서 버티고 있으나 자칫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에스에스지(SSG) 랜더스 초보 사령탑 김원형(49) 감독 얘기다.
에스에스지는 현재 고정 선발이 윌머 폰트(31), 오원석(20) 두 명밖에 없다. 초반 성적이 좋았던 외국인 투수 아티 르위키(29)는 부상으로 웨이버 공시됐다. 대체 외국인 투수로 우완 샘 가빌리오(31)를 영입했는데 비자 발급 문제와 국내 2주 자가 격리 등을 고려하면 빨라야 6월말에나 팀 합류가 가능하다.
팀 에이스 역할(4승2패 평균자책점 2.82)을 하던 박종훈(30)은 최근 한국, 미국에서 오른쪽 팔꿈치 검진을 받은 결과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현지시각으로 8일 미국에서 인대 수술을 받는데 올 시즌 등판은 더 이상 어렵다. 여기에 문승원(32·2승2패 평균자책점 2.86)마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미국에서 정밀검사를 받는다. 검사 결과에 따라 역시 문승원의 올 시즌 등판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선발 3명이 한꺼번에 이탈하면서 김원형 감독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선수, 코치 시절까지 합해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고 한다. 일단 주중 케이티(KT) 위즈전에는 조영우(8일), 이건욱(9일)이 임시 선발로 출격한다. 6일 퓨처스(2군)리그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투구를 보여준 김정빈(27) 또한 대체선발 후보다.
김원형 감독은 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애써 담담한 모습으로 “조영우가 화요일에 이어 일요일에 다시 등판할 수는 없어서 다음 주에는 대체선발이 4명까지 필요하다. 대체선발은 70~80구까지 투구 수 조절을 해줘야만 하기 때문에 장지훈, 최민준 등 불펜진 역할이 더욱 커질 것 같다”고 했다. 다행히 이태양이 이날 1군에 합류해 불펜 부담을 덜어줄 전망이다.
선발진이 붕괴했으나 에스에스지 선수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더그아웃 리더인 추신수(39)를 중심으로 선수들이 뭉쳐 있다. 김 감독은 “어제(5일) 개막 이후 처음으로 선수단 미팅을 소집했다. 선수들이 잘해줘서 예상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다고 말해줬다”면서 “선발 3명이 빠져서 팀이 위기라고도 할 수 있으나 선수들이 분위기를 만들면 반등할 수도 있다고 본다. 아직까지는 선수들이 하려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에스에스지는 이날 개인 최다 탈삼진(12개·종전 9개)을 앞세운 폰트의 호투(8이닝 5피안타 1실점)에 힘입어 두산을 4-1로 꺾고 최근 3연패에서 벗어났다. 위태로운 1경기 차 단독 1위는 지켜냈다.
에스에스지가 대권 도전을 하려면 믿을 만한 붙박이 선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 순위 경쟁 팀이 아닌 하위권 팀들과 트레이드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데 팀마다 선발 부족에 시달리는 터라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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