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화 이글스는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리빌딩 작업에 한창이다. 그중에서도 선발투수 김민우(26)는 돋보이는 재목이다. 올 시즌 이미 7승(3패)을 거뒀다. 다승 공동 1위다. 평균자책점은 3.60. 명실상부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하지만 김민우는 아직 목마르다. <한겨레>와 전화로 인터뷰 한 그는, “아직 완전히 좋은 모습이 아니다. (지금까지 성적은) 60∼70점 정도를 주고 싶다”고 했다.
■ “내 공을 믿는다”
김민우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건 올 시즌 개막전이다. 당초 외국인 투수가 선발로 등판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김민우를 선발투수로 내보냈다. 파격적인 발탁이었다. 수베로 감독은 “개막전 선발에 걸맞은 실력이기 때문에 내보낸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상대는 지난 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케이티(KT) 위즈의 소형준(20). 김민우는 이날 “첫 게임부터 잘 던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혼신의 투구를 했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김민우는 5이닝 2실점 호투를 펼치며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개막전 이후에도 김민우는 강력한 파괴력을 보여주며 단숨에 7승을 기록,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주특기였던 포크볼에 슬라이더라는 신무기가 장착된 점이 성장의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공에 대한 김민우의 자신감이 있었다. 김민우는 “구종보다는 제 공을 믿기 위해 노력했다. 코치님들도 공이 좋다는 격려를 많이 해주셔서 더 잘 던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 10승 욕심도 나지만…
사실 김민우는 프로 데뷔 이전에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데뷔 이후 부상으로 신음하며 긴 부진의 시간을 겪었다. 그래서인지 올 시즌 그의 최우선 목표는 많은 승리가 아닌 꾸준한 활약이다. 다승왕 경쟁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다”며 자세를 낮췄다. 김민우는 8일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승리를 챙긴 뒤 “솔직히 10승이 눈앞에 온 느낌이라서 욕심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승리보다는 올 시즌 목표였던 144이닝 달성을 우선으로 삼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김민우의 활약을 보며 한화 출신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떠올린다. 토종 특급 투수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다. 하지만 김민우의 초점은 오로지 다음 경기 승리에 맞춰져 있다. 그는 “기대에 정말 감사하지만, 제가 시즌을 마쳤을 때도 성적이 좋아야 그런 말들을 들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을 내고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쓰겠다”고 했다. 올림픽 대표팀에 대해서도 “태극마크를 단다는 건 야구선수라면 누구든지 꿈이다. 하지만 당장 저에게 중요한 건 내일 선발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다. 팀에서 집중해서 하다 보면, (대표팀은) 운이 좋으면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김민우는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공을 안 던져본 게 처음”이라는 이유로 신혼여행 다음날부터 캐치볼 훈련에 매진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번 시즌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롤모델도, 라이벌도 없다는 그는 그저 매 경기 승리를 위해 공을 던진다. 그렇게 한 걸음씩 우직하게 걸어갈 발길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김민우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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