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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8390점’ 르브론, 압둘-자바 넘었다…NBA 최다 득점 1위 등극

등록 2023-02-08 15:08수정 2023-02-09 02:32

8일 오클라호마시티전서 누적 3만8390점 달성
엘에이(LA) 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가 8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2022∼2023 미국프로농구(NBA)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경기에서 통산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운 뒤 취재진 카메라에 둘러싸여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엘에이(LA) 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가 8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2022∼2023 미국프로농구(NBA)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경기에서 통산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운 뒤 취재진 카메라에 둘러싸여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네 번의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십 우승과 네 번의 챔프전 최우수선수(MVP). 올스타 선정 19회에 엔비에이 퍼스트팀(베스트5) 선정 13회(둘 다 역대 최다). 신인왕(2003∼04), 득점왕(2007∼08), 도움왕(2019∼20), 그리고 정규 시즌 최우수선수 4회. 유일무이한 기록의 금자탑 꼭대기에 또 다른 경이가 얹혔다. 정규시즌 통산 3만8390득점. 39년 만에 미국농구 최다득점자의 이름이 바뀌었다.

‘킹’ 르브론 제임스(39·LA레이커스)가 8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상대로 38점을 올리며 엔비에이 77년 역사상 최다 득점 고지에 우뚝 섰다. 이날 전까지 팀 선배 카림 압둘-자바(76)의 3만8387점 대기록 경신까지 36점을 남겨뒀던 제임스는 1쿼터 3분께 코너 3점을 시작으로 가파르게 점수를 지워나갔고, 3쿼터 10초를 남기고 페이더웨이 점퍼(수비를 피해 중심을 뒤로 하고 점프해 쏘는 슛)로 역사를 썼다.

크립톤닷컴 아레나 전광판에 르브론 제임스와 카림 압둘-자바의 통산 득점 기록을 카운트다운하는 화면이 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크립톤닷컴 아레나 전광판에 르브론 제임스와 카림 압둘-자바의 통산 득점 기록을 카운트다운하는 화면이 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전세계 농구팬이 그의 슛을 하나하나 셌다. 경기장 전광판과 중계 화면 오른쪽 구석에는 신기록까지 남은 점수가 표기돼 있었고, 관중석을 가득 채운 레이커스 안방 팬들은 제임스가 공을 잡을 때마다 함성을 내질렀다. 관람표 평균 가격보다 50% 이상 뛴 것으로 알려진 이날 경기에서 크립토닷컴 아레나 최고 명당 자리(코트사이드 166·167석)는 7만5000달러(약 9427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최다 득점은 온갖 누적 기록을 갈아치워 온 제임스에게도 의미가 깊다. 그는 “기록에 신경 썼다면 지금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늘 말해 왔지만 내심 득점에 대한 오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르브론은 지난해 <에이치비오>(HBO)의 한 토크쇼에서 “역대 최고의 ‘스코어러’(득점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절대 내 이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사실이 나를 열 받게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10대에 이미 전국구 스타였던 고등학생 제임스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표지 모델로 데뷔했을 때 제목으로 달린 찬사(선택받은 자·The Chosen One)처럼 제임스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농구에 관한 한 어떤 토론이 벌어지든 제임스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가기는 어렵게 됐다. 실은, 시간문제였던 일이다.

제임스가 경기 시작 전 백악 가루를 뿌리는 특유의 의식을 행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제임스가 경기 시작 전 백악 가루를 뿌리는 특유의 의식을 행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제임스의 역사는 꾸준함의 승리이기도 하다. 스무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제임스의 통산 기록은 평균 27.2득점 7.5리바운드 7.3도움. 불혹이 임박한 이번 시즌 평균 득점은 30점으로 정규 시즌 득점왕을 차지했던 15년 전 기록(2007∼08시즌)과 같다. 제임스의 2003년 드래프트 동기 중 여전히 코트 위에 남아 있는 선수는 그 하나뿐이다. 긴 세월 제임스는 변함없이 왕의 자리를 지켰다.

꾸준함을 위해서 제임스는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했다. 발군의 운동 능력을 살려 속공 농구 선봉에서 림어택에 집중했던 루키는 이후 페인트 존에서 위치 선정을 익혔고, 30대에 접어들어서는 3점슛을 연마해 떨어진 스피드를 보완했다. 10년 전 경기당 2.4개의 3점을 쐈던 그는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8개를 쐈다. 이날도 그는 3점 여섯개를 시도해서 네개를 성공시켰다.

종전 기록 보유자 압둘-자바는 경기장을 찾아 맨 앞줄에서 역사의 탄생을 지켜봤다. 그가 1984년 4월5일 윌트 체임벌린을 넘어 일인자 자리에 오른 지 39년 만이다. 감회가 교차하는 얼굴로 코트를 응시하던 그는 기록 달성 뒤 애덤 실버 엔비에이 총재와 함께 코트에 나와 제임스를 축하했다. 압둘-자바는 전성기 스카이 훅슛을 연상케 하는 동작으로 공을 들었다가 제임스에게 건넸다.

종전 기록 보유자인 카림 압둘-자바(오른쪽)가 르브론 제임스에게 직접 축하를 건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종전 기록 보유자인 카림 압둘-자바(오른쪽)가 르브론 제임스에게 직접 축하를 건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다만 이 경삿날 레이커스는 오클라호마시티에 130-133으로 졌다. 통산 득점자 순위를 하나씩 끌어올릴 때마다 경기에 패했던 제임스의 징크스는 이날도 유지됐다. 레이커스의 이번 시즌 성적은 25승30패로 서부 콘퍼런스 13위. 사실상 플레이오프 진출은 어려운 상황이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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