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너기츠의 니콜라 요키치가 13일(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볼 아레나에서 열린 2022∼2023 미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 마이애미 히트와 5차전 승리 뒤 딸과 함께 우승을 축하하고 있다. 덴버/AFP 연합뉴스
구단 창단 이후 56년, 미국프로농구(NBA) 편입 이후 47년, 니콜라 요키치 드래프트 이후 9년, 저말 머리 시즌 아웃 부상 이후 3년. 어떤 기준으로 봐도 기나긴 여정이었다. 덴버 너기츠가 엔비에이 왕좌에 올랐다. 마침내.
덴버는 13일(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볼 아레나에서 마이애미 히트를 94-89로 제치고 2022∼2023 미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 5차전을 승리,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967년 아메리칸 농구협회(ABA) 소속으로 출범한 뒤 1974년부터 엔비에이에 합류한 덴버는 이 기간, 그 어디에서도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구단 역사상 첫 우승이다.
덴버의 영광을 이끈 일등공신은 전천후 센터 요키치다. 이날 경기 종료 뒤 만장일치로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요키치의 챔프전 기록은 경기당 30.2득점 14리바운드 7.2도움. 플레이오프 20경기 중 절반(10경기)을 ‘트리플 더블’로 장식했다. 20경기 누적 기록은 600득점 269리바운드 190도움으로 세 지표 모두 포스트시즌 전체 1위를 차지한
역사상 첫 선수가 됐다.
저말 머리가 우승컵을 앞에 두고 인터뷰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덴버/AFP 연합뉴스
요키치는 매 경기 기복 없이 무시무시한 숫자를 뽑아내는 괴물이지만, 언제나 팀이 우선인 겸손한 스타이기도 하다. 우승이 확정된 뒤 그는 환호하지도 미소 짓지도 않고 먼저 마이애미 선수들을 찾아가 위로했다. 경기장 인터뷰에서도 “(마이애미는) 존경스럽고 놀라운 팀”이라고 첫 마디를 열었다. 이어 “힘겨운 경기였으나 우리는 어떻게 수비해야 하는지 알아냈다. 그들은 89점에 그쳤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리그 최고의 강심장 슈터 저말 머리를 비롯해 마이클 포터 주니어, 애런 고든 등 쟁쟁한 멤버들이 최측근에서 요키치를 보좌하며 덴버의 ‘팀 농구’를 이끌었다. 고든을 제외한 셋은 모두 덴버가 드래프트를 통해 키워낸 프랜차이즈 스타다. 요키치는 2014년 드래프트 41순위로 지명을 받았던
세르비아의 무명 선수였고, 머리는 2016년 데뷔 후 2021년 ‘시즌아웃’ 장기 부상을 딛고 돌아온 경우다.
마이클 말론 감독의 지휘 아래 ‘원 팀’으로 뭉친 덴버는 올 시즌 파죽지세였다. 정규시즌을 서부 콘퍼런스 선두로 마친 뒤 플레이오프에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를 4승1패, 피닉스 선스를 4승2패,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를 4승 ‘스윕’으로 휩쓸었다. 2라운드를 내준 피닉스의 케빈 듀란트는 “요키치는
역사상 최고의 센터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마이클 말론 덴버 감독이 요키치의 형들로부터 우승 헹가래를 받고 있다. 덴버/AP 연합뉴스
말론 감독은 챔피언 시상대에 서서 “모두의 노고와 헌신, 희생이 이 우승으로 절정을 찍었다. 새 소식이 있다. 우리는 하나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라며 챔프전 2연패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