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옥 케이비엘(KBL) 총재가 16일 서울 케이비엘센터에서 고양 데이원의 회원자격을 박탈하기로 한 임시총회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즌 내내 가입금 미납, 임금 체불 등 문제를 일으키며 재정난에 허덕였던 고양 데이원스포츠가 한국프로농구(KBL)에서 제명됐다. 구단 퇴출은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미증유의 사건이다.
케이비엘은 16일 서울 케이비엘센터에서 임시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데이원을 회원사에서 제명했다”라고 밝혔다. 당초 15일을 기한으로 밀린 연봉 문제를 해결하고 구체적인 구단 운영 계획을 마련하라는 케이비엘 이사회의 통보를 이행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
케이비엘 정관 12조에 따라 구단 운영 능력이 없다고 인정된 경우 회원사는 이사회 심의와 총회(재적회원 4분의3 이상 찬성)를 통해 제명될 수 있다.
지난해 프로농구 원년구단
고양 오리온을 인수하면서 야심차게 출발한 데이원은 창단 한 시즌 만에 구단 퇴출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데이원은 시즌 시작 전부터 케이비엘 가입,
가입금 미납 문제로 홍역을 치렀고, 지난 2월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자금줄이 막힌 상태가 됐다. 구단 사무국 직원과 선수단의 임금 체불액이 쌓여 갔고, 네이밍스폰서 캐롯손해보험은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케이비엘은 후속조치안을 발표하며 “데이원 소속 선수 18명은 모두 보호할 것”이라고 알렸다. 케이비엘은 “우선 부산시와 새로운 인수 기업 물색을 포함한 후속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며 인수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1일(잠정) 데이원 소속 선수 18명 전원을 대상으로 특별드래프트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별드래프트가 시행되면 기존 10구단 체제는 2023∼2024시즌부터 9구단 체제로 바뀐다. 이 역시 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이다.
프로농구 고양 데이원의 정경호 단장이 16일 서울 강남구 케이비엘센터에서 고양 데이원의 제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임시총회 도중 회의장에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박노하 데이원스포츠 재무총괄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새로운 방식의 프로농구단 운영 꿈을 접고 실패를 인정한다”라며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했다. 박 대표는 “저와 김용빈 대우조선 회장을 믿고 함께 했던 허재 대표, 김승기 감독, 주장 김강선·전성현을 비롯한 선수단 전원에게 모기업의 부도 및 미숙한 운영으로 의도치 않게 큰 피해를 입혀 정말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죄했다. 케이비엘은 “박노하, 허재 공동대표에게 이번 사태의 행정적·법률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했다.
김희옥 케이비엘 총재는 “프로농구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다시 튀어 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상황을 맞게 돼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데이원스포츠를 열성적으로 응원해주신 고양 팬들은 물론 모든 농구팬과 관계인들에게도 유감스럽고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