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 원주 DB 감독이 지난달 30일 수원 KT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프로농구 수원 KT와 경기 중 생각에 잠겨 있다. KBL 제공
초보 사령탑의 질주가 무섭다. 벌써 7연승이다. 감독대행을 거쳐 올 시즌 정식 사령탑으로 임명된 김주성 원주 디비(DB) 감독 얘기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디비는 농구계의 주목을 크게 받는 팀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이번 시즌에 전력 보강을 세게 한 케이씨씨(KCC), 에스케이(SK) 등 ‘슈퍼팀’들이 선전할 거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16일 열린 한국프로농구(KBL) 개막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10개 구단 감독들도 대부분
케이씨씨를 우승후보로 지목했다. 디비의 초반 상승세는 그만큼 예상 외로 평가 받는다.
남자프로농구 원주 DB 강상재(왼쪽)와 김종규가 7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 경기 중 포옹하고 있다. KBL 제공
김주성 감독은 디드릭 로슨, 김종규, 강상재 등 장신 선수들을 앞세운 ‘트리플 타워’ 플레이를 경기마다 빼놓지 않고 활용하고 있다. 손대범 케이비에스엔(KBSN) 해설위원은 “고양 소노에서 이번 시즌 이적해 온 로슨이 생각보다 팀에 굉장히 잘 녹아들었다. 이뿐 아니라 김종규와 강상재가 매끄럽게 공존할 수 있게 김 감독이 역할을 잘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필리핀 출신 포인트가드 이선 알바노와 ‘식스맨’ 들의 활약도 크다. 이상윤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로슨, 김종규, 강상재, 알바노 등 네 명의 주전을 매 경기 붙박이로 투입하는 가운데, 상대 쪽 에이스를 막는 데 최승욱, 김영현, 박인웅 등 ‘쓰리앤디’(3&D, 외곽에서 3점슛과 수비를 동시에 하는 것)가 가능한 선수들을 돌려 쓰는 김 감독 전략이 돋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서민수, 박인웅, 박찬희 등 선수들이 이따금 코트에 들어와 주전 못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 줘, 모든 상황이 디비에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원주 DB의 이선 알바노(왼쪽)와 디드릭 로슨이 지난달 26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창원 LG와 경기 중 대화하고 있다. KBL 제공
디비는 10일 지난 시즌 우승팀이자 현재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정관장과 겨룬다. 디비가 이기면 프로농구 개막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인 8연승을 달성하게 된다. 앞서 디비의 전신인 동부와 소노의 전신 오리온스가 각각 2011∼2012시즌과 2014∼2015시즌에 개막 8연승 기록을 세운 바 있다. 12일 에스케이전까지 이길 경우 개막 9연승 신기록도 쓸 수 있다.
손대범 위원은 “최근 정관장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부상으로 오랫동안 부진을 겪던 이상윤이 살아난 데다, 필리핀 출신 가드 렌즈 아반도 또한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선수여서 (DB의 승리가)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상윤 위원은 “트리플 타워가 계속 먹히려면 선수들 부상 변수가 절대 발생하면 안 된다. 특히 로슨이 매 경기 34∼36분씩 뛰고 있는데, 지금처럼 출전 시간이 긴 상태가 지속되면 부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디비에 새로 합류한 또다른 외인 선수 제프 위디가 어제(7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좋은 플레이를 했는데, 위디의 컨디션이 빨리 올라와야 로슨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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