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통산 4번째 윔블던 여자단식 우승을 차지한 비너스 윌리엄스가 8일(한국시각) 네손가락을 펼쳐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런던/AP 연합
윔블던 남녀차별 없앤뒤 첫 우승
4대 테니스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윔블던이 남녀 단식 우승자의 상금을 계속 차별하자 비너스 윌리엄스(27·미국)는 2006년 윔블던이 열리기 전날, ‘(윔블던)역사의 그릇된 점’이라는 제목으로 <타임즈>에 기고를 했다. “여자 단식이 3세트 밖에 진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금을 차별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여자선수들도 메이저대회에서는 기꺼이 5세트를 뛸 의향이 있으며, 3세트라고는 하지만 어떤 경기는 남자경기보다도 더 오래 걸린다. 여자선수들은 똑같은 환경에서 동등한 응원을 받으면서 경기에 뛴다. 역사상 가장 권위 있는 윔블던이 남녀차별을 한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윌리엄스 기고문은 영국을 움직였고, 윔블던이 2007년부터 남녀 단식 우승상금을 똑같이 지급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리고, 윌리엄스는 남녀차별이 처음 무너진 윔블던에서 우승 감격을 누렸다.
윌리엄스는 6일 밤(한국시각) 런던 근교 올 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1위 쥐스틴 에냉(벨기에)을 누르고 올라온 마리옹 바르톨리(프랑스·19위)를 2-0(6:4/6:1)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윔블던 이후 2년 만의 메이저대회 우승이자, 통산 4번째 윔블던 우승이었다. 6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이기도 했다. 우승 상금은 70만파운드(13억원).
윌리엄스는 왼손목 부상으로 2년여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해 왔다. 때문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어느 누구도 세계 31위의 그를 우승후보로 꼽지 않았다. 그러나 윌리엄스는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16강전에서는 세계 2위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를 누르는 등 전성기 못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고 결국 역사상 가장 낮은 세계 순위로 윔블던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선수가 됐다.
윌리엄스는 “동생 서리나가 올해 호주오픈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정말 우승하고 싶었다”면서 “2세트에서 허벅지를 약간 다쳤는데, 오늘이 마지막 경기라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결승에 올랐던 바르톨리는 “시속 200㎞에 가까운 윌리엄스의 강서브를 받으려니 손목이 아프기도 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윌리엄스가 정말 잘했다”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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