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뽐내는 트로피들
국내 LPGA 대회서 ‘도자기’ 첫선 인기
분청사기·사각 조각보 모양 등 다양해져
분청사기·사각 조각보 모양 등 다양해져
고대 그리스 시절 승전 기념물로 만들어졌던 트로피는 18세기 초 영국에서 처음 컵 모양으로 변했다. 당시 승마대회 우승자가 술을 따라 마실 수 있도록 컵 모양으로 트로피가 제작됐는데, 트로피는 곧 ‘승자를 위한 축배’를 상징했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 은제나 크리스탈 트로피는 밋밋하다. 트로피는 이제 술이 아닌 개성을 담는다.
지난 10월말 끝난 SBS 코리안 투어 금강산 아난티 NH농협오픈에서는 분청사기 트로피가 등장했다. 이천도자기애협회장(석전 윤태운)에게 특별제작 의뢰한 것으로, 금강산에서 처음 열리는 골프대회 의미를 담기 위해 통일신라시대의 토기형태를 응용해 만들어졌다. 9월말 열린 한솔오픈 테니스 대회때는 고려청자 트로피가 화려한 빛깔을 뽐냈다. 도예가 김학승씨의 작품으로 당시 우승자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는 한복까지 차려입고 고려청자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국내에서 도자기 트로피가 처음 선보였던 것은 2004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 나인브릿지 대회 때. 당시 주위 반응이 좋아 지금까지 국내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에서는 도자기 트로피가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경주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에서는 아예 트로피 모양을 바꿔버렸다. 지난 해부터 우승자는 한국의 전통 색감인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원색을 활용해 전통 조각보를 응용한 네모난 트로피를 받았다. 여왕이 된 듯한 기분을 맘껏 누릴 수 있게끔 신라시대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 의상과 왕관도 덤으로 수여됐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형적 우승 트로피를 탈피해 큰 조가비를 본 뜬 트로피 등 각 대회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은 트로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미국프로풋볼 슈퍼볼 챔피언 트로피) 등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위용을 뽐내는 트로피도 있지만, 최근에는 개성을 듬뿍 담은 트로피들이 일반 사람들의 시선을 한껏 끌어모으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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