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펼쳐졌던 타이거 우즈(미국)의 역전 드라마가 필 미켈슨(미국)에게는 일어나지 않았다.
미켈슨은 4일(한국시간)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TPC(파71.7천216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FBR오픈 4라운드에서 선두 J.B 홈스(미국)를 상대로 맹렬한 추격전을 펼쳐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로 동타를 만들었지만 연장전에서 우승컵을 넘겨 줬다.
4타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세계 랭킹 197위 홈스는 2위 미켈슨에게 역전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뚝심을 발휘하며 상금 108만달러와 함께 PGA 투어 올시즌 첫 우승이자 통산 두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드라이버를 잡으면 평균 312야드를 날리는 장타자 홈스는 신인이었던 2006년 첫 우승을 이 대회에서 차지해 깊은 인연을 맺었다.
나상욱(24.코브라골프)도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홈스, 미켈슨과 3파전을 전개했지만 최종 합계 12언더파 272타,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특히 나상욱은 선두에 1타 뒤져 연장전에 합류할 기회가 있었던 18번홀(파4) 티샷을 페어웨이 벙커에 빠뜨려 아깝게 보기를 범했다.
나상욱은 소니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오른데 이어 FBR오픈에서도 공동 4위를 차지하며 시즌 두번째로 톱10안에 들었다.
홈스는 14번홀까지 버디 3개를 보기 3개로 바꾸며 타수를 줄이지 못한데다 15번홀(파5)에서는 두번째 샷을 물에 빠뜨린 뒤 보기로 홀아웃했다.
애리조나주립대를 다닌 미켈슨은 동창생들의 열띤 응원 속에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5개를 쓸어 담으며 홈스에 1타 앞선 채 라운드를 끝내 우승컵을 눈앞에 두는 듯 했다.
여기까지는 3일 밤 끝난 유럽프로골프 투어 두바이데저트 클래식에서 우즈가 어니 엘스(남아공)를 상대로 벌인 역전 시나리오와 비슷했다.
하지만 홈스는 엘스가 아니었고 미켈슨도 우즈가 아니었다.
홈스는 18번홀에서 티샷을 왼쪽 러프에 떨어뜨리는 위기 속에서도 4m짜리 버디 퍼트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같은 홀에서 치른 연장 첫번째 홀에서 미켈슨의 8.5m짜리 버디 퍼트는 빗나갔고 홈스는 드라이브샷을 무려 359야드나 날린 뒤 2.5m짜리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홈스는 "미켈슨 보다 뒷조에서 경기했기 때문에 내가 유리했다. 마음이 편했고 준비가 돼 있었다. 홀은 내 편이었다"고 말했다.
톱10 진입을 바라보았던 위창수(36.테일러메이드)는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10언더파 274타로 공동 13위에 올랐고 최경주(38.나이키골프)는 5타를 줄이며 분전했지만 전날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고 8언더파 276타로 공동 20위에 자리했다.
재미교포 앤서니 김(23.나이키골프)은 6언더파 278타로 공동 30위를 차지했다.
홈스는 이번 우승으로 페덱스컵 랭킹 2위(4천858점)로 뛰어 올라 1위 최경주(4천962점)를 바짝 추격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53만명이 넘는 갤러리들이 몰리는 성황을 이뤘다.
최태용 기자 ct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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