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어웨이 쪽으로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가운데, 마스터스 4회 우승에 빛나는 아놀드 파머(78)가 1번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섰다. “여러분 이분은 전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있는 사람이며, 오늘이 바로 50년 전 이분이 마스터스 첫 우승을 차지한 날입니다.” 빌리 페인 대회조직위원장의 멘트가 있은 뒤, 파머가 대회 개막을 알리는 시타를 했다. 그의 드라이버샷은 페어웨이 중앙 쪽으로 똑바로 날아갔지만, 안개 때문에 낙하지점을 알 수 없었다. “여러분 샷을 봤습니까. 내가 공을 안보이는 곳까지 쳤네요….” 파머는 갤러리를 향해 익살스런 말을 던졌다.
파머의 시타로 올해로 제72회째를 맞은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700만달러)가 10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파72·7445야드)에서 개막돼 나흘간 열전에 들어갔다. 대회조직위원회는 골프 거장들의 대회 시작을 알리는 시타를 전통행사로 삼아왔으나, 시타를 맡아왔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최다승 기록(82승) 보유자 샘 스니드가 2002년 세상을 떠나자 중단했다. 파머는 ‘시타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아왔으나, “바이런 넬슨이나 스니드 같은 선배와 동격이 될 수 없다”며 겸손을 부리다가 지난해부터 이를 수용했다.
이날 안개가 걷히지 않아 첫번째조 티오프가 한시간 가량 늦어진 가운데, ‘탱크’ 최경주(38·나이키골프)는 버디 2개로 잘 나가다가 후반 더블보기 1개를 범하며 이븐파 72타 공동 19위로 마쳤다. 파3 16번홀(파170야드)에서 티샷이 그린 왼쪽연못에 빠져 1벌타를 먹고 3번에 공을 그린에 올린 뒤 2퍼팅으로 마무리한 게 뼈아팠다. 최경주는 “7번 아이언으로 샷을 잘했는데, 공이 운나쁘게 연못 쪽으로 튀었다”고 아쉬워했다. 최경주는 앞서 8번홀(파5·570야드)과 13번홀(파5·510야드)에서 2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이번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올해 그랜드슬램 달성을 선언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이글 1개와 보기 2개로 최경주와 같은 타수로 마쳤다. 우즈는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파세이브 행진만 벌이다가, 13번홀(파5·510야드)에서 두번째샷이 그린 뒤쪽으로 튀어나가는 바람에 결국 첫 보기를 범했다. 이어 14번홀(파4·440야드)에서도 티샷을 숲으로 날려보내며 보기를 추가했다. 그러나 15번홀(파5·530야드)에서 환상적인 칩샷으로 이글을 잡아내며 갤러리를 열광시켰다.
저스틴 로즈(영국)와 트레버 이멜만(남아공)이 4언더파 68타 공동선두로 나섰고, 최경주와 동반플레이한 필 미켈슨(미국)은 1언더파 71타 공동 11위를 달렸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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