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14번홀을 보기로 마친 뒤 알 수 없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오거스타/AP 연합
4라운드가 진행되는 동안, 타이거 우즈는 줄곧 굳은 표정이었다. 샷을 한 뒤 때론 불만인 듯 중얼거렸고, 페어웨이를 걸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스터스 우승을 시작으로 올해 사상 첫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겠다고 호언장담한 그였지만, 굴곡이 심한 유리알 그린과 시도 때도 없이 불어대는 거친 바람으로 무장한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앞에서 그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보였다.
지난해 자크 존슨(미국)의 돌풍에 밀려 2위를 차지한 우즈는 올해도 또다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을까?
우선 드라이버샷이 흔들렸다. ‘아멘홀’인 13번홀(파5·510야드)에서는 드라이버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나무숲으로 들어가기까지 했다. 짧은 퍼팅이 잘되지 않은 것은 더욱 뼈아팠다. 4·13·14·16번홀에서 그다지 길지 않거나 짧은 파 및 버디 퍼팅 기회를 날려버린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것을 모두 성공했다면, 그보다 뒷조에서 플레이한 트레버 이멜만의 심적 부담은 클 수밖에 없었다. 우즈는 경기 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린에서 정확히 공을 굴릴 수 없었다. 퍼팅이 너무 안됐다”고 털어놨다.
우즈는 메이저대회 통산 13승을 올리고 있다.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 골프전문가들은 우즈가 머지 않아 잭 니클로스(미국)의 메이저대회 최다승(18승) 기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마스터스 우승은 신이 점지한다’고 했듯이, 메이저대회 우승은 실력 하나로 되는 것은 아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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