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이 25일 미국 뉴욕주 코닝에서 벌어진 LPGA 코닝 클래식 골프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중 8번째 홀에서 티오프하고 있다(AP=연합뉴스)
장정(28.기업은행)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닝 클래식과 악연을 떨쳐내지 못하며 시즌 세번째 준우승의 아쉬움을 곱씹었다.
장정은 26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코닝의 코닝골프장(파72.6천223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리타 린들리(미국)와 연장전을 벌여 무릎을 꿇었다.
4언더파 68타를 친 장정은 5타를 줄인 린들리와 같은 11언더파 277타로 4라운드를 모두 마친 뒤 18번홀(파4)에서 치른 첫번째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낸 린들리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티샷을 왼쪽 러프로 보낸 데 이어 두번째샷은 벙커에 빠트린 장정은 멋진 벙커샷으로 홀 30㎝ 옆에 볼을 떨궈 가볍게 파를 지켰지만 린들리는 1.2m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앞서 18번홀에서 티샷을 오른쪽 러프에 빠트리며 두번째샷을 벙커에 집어넣는 통에 보기 위기에 몰렸던 장정은 같은 홀에서 잇따라 벙커샷 파세이브에 성공했지만 버디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패인이 됐다.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던 장정에게는 2년 전 3타차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7위로 밀려났던 악몽이 되살아난 뼈아픈 역전패였다.
지금까지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시작한 네차례 대회에서 두차례 역전패가 모두 코닝클래식에서 나온 것이다.
더구나 장정은 필즈오픈과 미켈롭울트라오픈에 이어 올해에만 세차례 준우승에 그쳐 아쉬움은 더 컸다.
이날까지 세번 치른 연장전에서 한번도 이겨보지 못해 뒷심 부족이라는 꼬리표까지 달게 됐다.
린들리에 1타 앞선 채 경기를 시작한 장정은 2번홀(파5)에서 두번만에 볼을 그린에 올려 간단하게 1타를 줄였고 4번홀(파4)에서는 한뼘 거리 버디를 잡아내 우승을 향해 줄달음쳤다.
5번홀(파4)에서는 9m 거리의 이글 퍼트가 홀에 빨려 들어가면서 일찌감치 승부를 마무리짓는 듯 했던 장정은 그러나 9번홀(파4)에서 맞은 7m 버디 기회가 3퍼트 보기가 되면서 퍼팅 난조에 빠져 들었다.
버디 기회마다 퍼트는 홀에 미치지 못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굴렀다.
16번홀(파4)에서 두번째샷을 홀 1m 옆에 붙여 간신히 1타를 줄여놨지만 앞서 경기를 펼친 린들리는 17번홀까지 버디 6개를 쓸어담으며 공동 선두로 따라 붙었다.
장정은 18번홀에서 벙커샷에 이은 2m 퍼퍼트를 넣어 마치 우승이나 해낸 듯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연장전에서 156야드를 남기고 1.2m 버디 기회를 만들어낸 린들리의 신들린 샷을 당해낼 수 없었다.
장정은 "잘 쳤는데 나보다 더 잘 친 선수가 있었으니 할말이 없다"며 입맛을 다셨다.
장정이 정상 제패에 실패하면서 2005년부터 3년 연속 이어졌던 이 대회 한국인 챔피언의 명맥도 끊겼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김미현(31.KTF)과 유선영(22.휴온스)이 공동3위(10언더파 278타)에 올랐고 공동6위(7언더파 281타) 김송희(20.휠라코리아), 공동8위(6언더파 282타) 한희원(30.휠라코리아) 등 '톱10' 10명 가운데 절반을 한국 선수가 휩쓸었다는 사실이다.
김미현은 쌀쌀한 날씨 속에 치러진 1, 2라운드에서는 다소 고전했지만 기온이 올라가고 바람이 잦아진 3, 4라운드에서 이틀 동안 10타를 줄여 무릎 수술 이후 재활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렸다.
8만8천992 달러의 상금을 받은 김미현은 통산 상금이 803만2천222 달러로 불어나 LPGA 투어에서 800만 달러 고지를 돌파한 11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우승자 린들리는 데뷔 14년만에 우승컵을 받아쥐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1995년 LPGA 투어에 발을 디딘 린들리는 우승은 한번도 없었고 상금랭킹 20위 이내에 진입해본 적도 없었던 그저 그런 선수였다.
2004년 아들, 그리고 2006년에는 딸을 낳느라 두차례 출산 휴가를 냈던 36세의 린들리는 295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마침내 우승을 일궈내 역전의 한방을 날렸다.
캐디를 맡은 남편, 그리고 18번홀 그린 옆에서 기다리던 아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눈 린들리는 "죽을 때까지 우승이라곤 해내지 못할 줄 알았다"면서 "그래도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꿈을 항상 꿔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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